‘처음’이라는 뜻을 지닌 ‘첫’이란 접두사가 들어가는 단어를 접하면 왠지 맘이 설렌다. 새해 ‘첫날’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새 마음을 다져먹을 때도 그랬고, 새 학기에 새 책을 앞에 놓고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첫마음’을 먹었던 때도 그랬다. ‘첫키스’나 ‘첫사랑’, ‘첫날밤’처럼 가슴 떨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 말만 들어도 마음이 붕 뜨면서 설렌다. 그리고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모두 처음이라서,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 모르겠다.
‘첫눈’이라는 단어는 눈 내리는 풍경이 연상되면서, 기분이 업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들뜨게 된다. 그 사람이 생각나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사람도 있다. 첫눈 내리면 연락하자는 친구가 생각나 자기도 모르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시험에 합격해 신발 끈을 동여매고 ‘첫출근’을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외쳤던 그때도 생각난다. 결혼해 어렵사리 첫아기가 태어나 첫돌을 앞두고 ‘첫걸음’을 내디딜 때 얼마나 흥분했던가. 이처럼 처음이란 것은 언제나 두렵고 떨리지만 설레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20여 년 전 세례를 받으며 ‘첫영성체’ 하던 날이 생각난다. 하느님을 믿으며 주님의 뜻을 받들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주님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했다. 당시는 가슴 벅차고 행복했다.
그 사랑이 식고 있다. 행복과 아름다운 느낌이 작아지고 있다. 뜨거웠던 서약과 맹세가 시들고 있다. 주일날, 여느 때처럼 그냥 성당을 나가는 일상이 돼 버렸다.
처음 세례 받을 때처럼 될 수는 없을까.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설렘과 감동, 행복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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