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다인종·다언어 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 교회도 이에 걸맞게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자를 포함한 이주민에게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다문화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이 함께 기도하고 뛰어 놀 수 있는 주일학교가 있어 눈길을 모은다. 대구 대안본당(주임 이상해 신부) ‘대안다솜주일학교’ 이야기다.
대안다솜주일학교(교장 윤석종, 이하 대안다솜학교)는 유치부부터 중·고등부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함께 교리를 배우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장이다. 지난 2009년부터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관장 이상해 신부)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들을 위해 운영하던 ‘다솜학교’를 올해 초 대안본당이 본당 주일학교와 접목시키면서 시작됐다.
대구 중심가에 위치한 대안본당은 한때 중고등부 학생을 비롯, 젊은이 찾기가 쉽지 않은 본당이었다. 눈에 띄는 소수의 젊은이들도 구역 외 신자 자녀들이 부모를 따라 본당을 찾은 것이었다. 비단 본당의 문제만이 아니라 주일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본당에 아이들이 거의 없었기에 한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 대안다솜학교는 본당에 활력 넘치는 ‘젊은 분위기’ 만들기에도 한 역할을 했다.
대안다솜학교는 시행 초기 주위의 수많은 편견과 염려들이 있었지만, 이는 어른들 기우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겐 피부색도, 엄마아빠의 고향도 중요하지 않았다. 색안경 낀 어른들과는 달랐다. 하느님의 자녀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서로 의지하고 어울리기 시작했다.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중1 강민지(룻)양은 “회관에서 열리는 주일학교도 즐겁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성당에 오는 것이 재밌고 좋아요”라고 전했다.
매 주일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교중미사를 봉헌하고, 봉사자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주일학교 일정을 시작한다. 매주 평균 20여 명의 학생이 출석하고 있는데, 지역 상황이나 다문화가정의 형편을 생각하면 작은 수가 아니다. 격주로 교리·문화수업과 스카우트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대안다솜학교는 정규 수업 외에도 공부방을 운영, 학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몇 년째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음악과 미술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상해 신부는 대안다솜학교의 의미를 “서로 ‘윈-윈’(Win-Win)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문화 아이들은 한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지만 외국인 부모 영향을 받아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이 신부는 “아이들 서로서로 순수하게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 아이들 모두 다 현재 진행형인 다문화사회에 대한 대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대안다솜학교는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 보살핌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아이들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주일학교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외국인 부모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기존 프로그램들의 개편 계획도 지니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