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당에서 미사해설과 학생회 활동을 하고 대학에 가서는 장애아부 주일학교 교사를 했었다. 작은아이 역시 자신의 탈렌트를 살려 오랫동안 미사반주를 했다. 토요일 마다 주일학교에 가는 건 당연했다. 토요일은 학원에도 안 보냈고, 고3 수험생에 대한 특혜도 없었다. 여지를 두지 않는 엄마 때문이었는지 딸들은 주어진 몫을 묵묵히 감당했다. 하지만 가끔 끌탕도 했다. 그러면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주신 탈렌트가 얼만데 고작 일주일에 한두 번, 손끝만치 갚아드리면서 불평하면 안 된다.”
주말 과외를 하며 학비를 벌어야 했던 큰아이는 주일학교 끝나고도 과외를 하느라 전전긍긍했다. 또 주말마다 개인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을 힘들어했다. 어느 날, 큰아이가 주일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비쳤을 때 이 말을 던져줬다.
“재미있게 살든, 의미 있게 살든 그건 본인이 선택할 문제지.”
딸아이는 ‘재미’와 ‘의미’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소명에 대해 깊이 숙고했다.
“당신이 열심히 봉사하니 이젠 쉬고 싶어.”
이런 남편에게는 이렇게 답변했다.
“난 내 몫만 하는 거예요.”
교회 안에서는 물론, 교회 밖에서도 많은 활동을 했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봉사를 필두로 교정사목에 뛰어든 지도 16년째다. “대단하다”며 존경(?)어린 눈빛을 보내는 이웃들에겐 이 말을 해준다.
“밥값 하는 거예요.”
생색도 내지 마라, 불평도 마라, 겨우 밥값하고 있으니 기꺼이 해라. 이치에 어긋난 말이 아닌지라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다.
더러 힘겨울 때도 있지만 그분께 드릴 게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밥값이다. 내 모든 것 허락해주신 그분께 드리는 소소한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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