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저는 40대 후반의 기혼 남성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5살 때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3년 전에 난소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가족들의 죽음에 대한 체험이 남들보다 조금 빨랐지만 저에게는 누군가의 죽음이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제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병원에 가고 가끔이지만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도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두려움·공포 인정하고, 감사하는 삶 살아야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연령에 따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불안과 공포, 두려움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서 죽음은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죽음에 대해서 모두가 그런 감정을 느끼지만 모두가 같은 크기와 같은 방법으로 그 감정들에 반응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그 반응들이 지나쳐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반드시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형제님의 경우처럼 건강에 대한 염려와 잠자리에서 느끼는 약간의 불안감은 그 심각성이 덜하지만 현재 느끼는 불편함을 간과하기 보다는 좀 더 적절한 방법 안에서 대면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형제님의 경우, 어릴 때 아버지의 죽음과 몇 년 전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이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당시 어린 아이로서 죽음의 상황에 대한 여러 이미지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울고, 쓰러지고, 시신을 보았던 모습, 묘지에서의 모습 등이 깊게 자리했을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유아시절에 남아있는 이미지들이나 체험들은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형제님의 경우에는 유아시절에 그 불안과 두려움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비로소 드러나면서 건강에 대한 염려와 잠자리에서 느끼는 불안감의 형태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조금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죽음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서 여행이나, 운전 등과 같이 위험한 행동을 피하는 경우도 있고 음식이나 여러 안전문제에 대해서 더욱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외부출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태도들은 신앙생활 안에서도 발견되는데 신앙 안에서 세상에서의 복음적 삶과는 별개로 영원 세계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면서 신앙을 그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만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형제님의 과거 상태처럼 죽음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는데,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이들이 건강을 전혀 돌보지도 않고 죽음에 대해서 아무런 불안도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무관심의 모습 역시 죽음에 대한 불안, 공포, 두려움에서 나오는 방어기제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자신의 태도를 형성하는 가장 밑바탕에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과정일 것입니다. 형제님, 어떤 의미에서 죽음은 오늘 우리의 살아 있음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려주는 표지입니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로 이어지고 더욱 생명력 있고 가치 있게 살기 위한 태도로 나아가도록 초대하는 감정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무감각하고 가치를 느끼지 못해 척박해진 우리의 삶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소중한 빗방울과 같은 것이 바로 죽음에 대한 생각과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한 번의 들숨과 날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눈을 들어 바라볼 수 있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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