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11월 5일 오전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신관. 염수정 추기경의 손을 꼭 쥔 이복례(골롬바·87) 할머니는 연신 눈가를 훔쳤다. 이 할머니 곁에는 비슷한 또래의 노인 20여 명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염 추기경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길을 쏟고 있었다.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죠. 자기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세요.”
염 추기경의 환대에 감격의 눈물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날 서울대교구로 특별한 가을나들이를 나선 이들은 경남 하동에 위치한 한센인 공동체 ‘영신원’에서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영신공소(회장 조홍제) 신자들. 평균연령 65세가 훌쩍 넘는 신자들은 이날 새벽부터 잠을 설쳤다. 새벽 2시에 공소에 모여 간단한 요기를 하고 서울행차에 나선 시간이 새벽 4시50분. 염 추기경을 만난다는 생각에 한잠도 못 이룬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어르신들의 서울나들이는 공소에 파견돼 활동하고 있는 작은자매관상선교회 수녀들과 염 추기경의 오랜 인연에서 비롯됐다. 1986년 염 추기경이 영등포본당 재임시절 성당 인근의 가난한 이들 곁을 찾아들어온 이들이 바로 작은자매관상선교회 수녀들이었다. 그 후 줄곧 인연의 끈을 이어오던 중 염 추기경이 수녀들을 통해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싶다는 영신공소 신자들의 바람을 전해 듣고 그들을 초대했다.
오전 9시경 서울 명동에 도착한 신자들은 명동성당 지하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명동 일원과 교구청 곳곳을 돌아본 후 염 추기경이 베푼 오찬을 함께 나누며 사그라지지 않을 감동을 저마다의 가슴에 새겼다.
명동성당 방문이 난생 처음이라는 김현례(젬마·75) 할머니는 염 추기경으로부터 안수를 받고 나들이 내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염 추기경은 공소 신자들과의 만남에서 “신앙 안에 사는 이들은 모두 거룩한 사람들이다.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 주신다”며 격려했다.
26년째 영신원에서 살고 있는 이원용(시몬·65)씨는 “이렇게 큰 환대를 받으리라 생각도 못했다”며 “오늘의 체험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기쁘게 신앙생활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본지 11월 16일자에 보도된 ‘한센인 공동체 영신원 어르신들의 특별한 서울나들이’(5면) 기사 중 ‘마리아의 작은자매회’는 ‘작은자매관상선교회’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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