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서울대교구 3지구 청년 해외봉사단 1기 34명의 청년들이 필리핀 바그나 지역으로 떠났다. 이른 새벽, 두 분의 신부님들과 함께였다.
이내 봉사활동에 들어가 바그나 지역에서 가장 낙후된 가옥 5곳을 선정했고, 그 중 4집을 수리했다. 집들은 생활하기가 거의 어려운 지경이었다. 조수간만의 차로 집 안에까지 물이 들어왔고, 천장은 비가 샜다. 꼬박 닷새 동안 이어진 보수 끝에 사람이 살만한 집들로 변해갔다. 청년들은 비록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이들의 집이었지만 모두 제집처럼 기뻐했다. 주말에는 지역 어린이들과 운동회를 하고,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모아서 불과 며칠에 지나지 않았지만 따뜻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청년들이 수리한 네 채의 집에는 1~4호까지 번호가 매겨졌다. 하지만 여전히 무너져가는 집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더 많은 집들을 수리할 수 있도록 꾸준히 이 마을에 봉사활동을 갈 예정이다. 필리핀 관공서와 연계해 일주일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봉사활동은 내년에도 이어진다.
세계화 시대 속에서 해외봉사활동은 이제 낯선 일은 아니다. 다양한 주체, 형태와 방법으로 외국의 가난한 지역, 문명의 혜택에서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봉사하는 일은 단지 그들을 위한 수고에 그치지 않고 봉사하는 이들 스스로에게도 많은 것을 선사한다. 그 체험을 통해 봉사가 단지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받는 것임을 깨달은 이들은 지금도 다양한 방법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제3지구 청년 해외봉사단 역시 그러한 체험을 통해 얻은 기쁨을 놓치지 않고 내년 2월, 일주일 일정으로 바그나 지역을 다시 찾는다. 집수리 봉사를 중심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육봉사, 그리고 협찬과 후원 활동을 통한 후원 물품 전달 등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서울대교구 3지구에서는 지속적인 활동을 지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무국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정리, 평가, 개선 등의 과정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무국과 전담 봉사자들이 요구됐다. 이에 따라 3지구(지구장 김민수 신부, 불광동 성당 주임)는 지난 10월 26일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무국을 개소했고, 3명의 사무국 봉사단에 대한 임명장을 11월 2일 불광동성당 교중미사에서 수여했다.
사무국은 해외 봉사 가능 지역을 물색, 지속적인 연계를 구축함으로써 봉사활동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최대한 많은 청년들이 소중한 체험을 나누는 매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무국은 또한 각종 단체의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김민수 신부는 “청년 해외봉사단은 한국교회의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성찰하고 미래 지향적이고 가치 있는 활동을 체험하도록 하는 청년 지원 사업”이라며 “가난한 이웃들을 도와줌으로써 개인적 관심사를 뛰어넘어 보편적 형제애와 신앙을 체득하도록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3지구 청년 해외봉사단은 단지 3지구만의 단체에 머물 생각은 없다. 다른 지구, 나아가 다른 교구까지 청년 해외봉사단의 정신과 활동에 공감하고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해외봉사의 바람을 일으킬 것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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