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제의 사랑이 피워낸 국화가 10년째 작은 마을 연천을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이들로 북적이게 하고 있어 화제다.
의정부교구 관할지역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있어 존재 자체도 미미했던 경기도 연천. 그런 곳이 매년 10월이면 국화 향기로 진동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국화의 향연을 있게 한 이는 연천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다 지난 2013년 3월 선종한 고(故) 전숭규 신부.
“의정부교구에서 가장 작고, 가장 가난한 성당에 보내주십시오.”
지난 2004년 의정부교구가 서울대교구에서 분리돼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때, 전 신부는 자청해서 교구에서 가장 가난한 성당을 하느님께 청했다.
연천 시골 성당에 부임한 전 신부는 그곳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지역주민들과 함께 국화를 가꿔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덟 해 국화를 통한 나눔을 이어오는 동안 ‘연천성당 국화축제’는 많은 이들의 축제가 됐다.
동네 어르신들이 마실 삼아 다녀가고, 가족들이 함께 와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가 하면, 인근 군부대 장병들과 가족들에게는 나들이 장소가, 유치원 아이들의 가을 소풍 장소가 되기도 했다.
전 신부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올해는 축제 장소를 성당에서 연천군 전곡리 선사유적지로 옮겨 더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해를 거듭하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국화 축제에는 대국·현수국·소국·분재 등 100여 종 5000여 분 10만 송이가 넘는 국화가 그윽한 꽃향기와 함께 형형색색의 자태로 관람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축제에서는 한 줄기에 400송이의 꽃이 달리는 다륜과 한 그루 나무에 1000송이가 넘는 꽃이 맺히는 현애 등 다른 전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국화를 비롯해 현무암과 고목에 국화분재를 길러낸 고난도의 석·목부작 작품 130여 점도 함께 선보여 탄성을 자아낸다.
전시장 한켠에는 국화축제를 있게 한 고(故) 전숭규 신부를 기리는 별도의 부스가 마련돼 찾는 이들을 맞는다.
초창기부터 전 신부와 국화를 가꿔오고 있는 김재수(마태오·72·의정부교구 연천본당)씨는 “전 신부님은 국화를 통해 소외감을 느끼던 지역주민들에게 자긍심과 사랑의 정신을 불어넣으셨다. 국화축제를 통해 전 신부님의 정신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제는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31-839-4233 연천농업기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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