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자리가 교회 안에 있다고 해서 언제나 편안할까요. 차라리 교회 밖 사람들의 목소리가 교회 안 사람들의 말보다 공감되진 않나요. 우리는 문의 안과 밖을 함께 바라보며 하느님의 뜻과 나에게 주어진 소명을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송용민 신부(주교회의 사무국장·인천가톨릭대 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의 제목은 「문지방에 선 신앙」이다.
그는 “‘문지방 신앙’이란 이 시대 신자들이 세속화와 가치관의 혼란 안에서 겪고 있는 신앙 현실”이며 “‘문지방’은 신앙의 정체성과 보편성을 찾아내고 새롭게 해석해 주는 중요한 자리”라고 빗대어 설명한다.
송 신부는 신학생 양성은 물론 신자들의 ‘신앙 감각’을 일깨우는 강연과 집필 등에 매진해온 기초 신학자이다. 특히 오랜 기간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로 활동하며 ‘신앙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톨릭 신앙의 열정을 북돋우는 데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번 저서를 통해서는 우선 ‘로마 가톨릭교회의 어제와 오늘’,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한 가톨릭교회의 변화’ 등 ‘문지방’ 안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우리들의 문제를 피력한다. 이어 ‘서로 다른 종교끼리 대화가 가능할까’, ‘우리가 신앙 교리보다는 마음의 평화를 먼저 찾는 이유’, ‘개신교 신앙,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등의 주제를 ‘문지방’ 밖과의 만남으로 정리했다.
교회 안에 머무르면서도 ‘상처받은 신자, 상처 입은 사목자’, ‘교회 가르침, 무조건 따라야 할까요’, ‘냉담의 유혹, 쉬고 계십니까’, ‘미운 신부님·수녀님,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사목자는 본당 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등 신앙생활 안에서 구체적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해답을 풀어내 관심을 모은다.
우리는 ‘가톨릭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살지만, 세속적 가치들이 기이하다 할 정도로 빠르게 번져가는 삶의 현장을 오가긴 녹록치 않다. 다종교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살지만, 타종교의 수행 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잘 모른다. 이러한 현실에서, 단순히 가톨릭 신앙 안에 성실히 머물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문단속 신앙’은, 세상 속에서 수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납득할 만한 답을 주기 어렵다.
무엇보다 송 신부는 “가톨릭 신앙이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도 ‘우리 교회가 그래도 다른 종교들보다 낫다’는 식의 상대적 만족감에 머무르는 사이, 우리 가톨릭 신앙 역시 다른 종교들이 겪는 욕망의 그늘로 도피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문지방 위에 서 있다는 것’은 안과 밖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대화와 소통, 친교라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공감’하는 자세”라고 강조한다.
특히 송 신부는 신앙인으로서의 올바른 정체성을 다지기 위해서는 먼저 “앞을 향해서만 내달리던 삶을 잠시 멈추고,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묻고, 이제 어디로 내디뎌야 하는지를 성찰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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