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을 수상한 강인철(요한 세례자) 교수는 한국 종교들의 사회·역사적 역할에 관해 누구보다 냉철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온 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성역정치, 선교와 파병의 연관성, 개발 및 재개발 등의 쟁점이 종교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다룬 연구 등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외국 학계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로 꼽힌다.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된 저서 또한 민주화 시대, 한국 종교정치와 관련한 다양한 쟁점들을 체계적이고도 심층적으로 다룬 최초의 연구서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해방 후 한국의 종교정치를 집대성한 ‘한국 종교정치 5부작’ 중 두 번째 권이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왜곡된 종교-정치-국가 관계, 정치권력의 횡포, 무책임하고 무능한 종교지도자들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위해 ‘한국 종교정치 5부작’을 펴냈다”고 설명한다.
종교사회학은 종교가 정치,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관해 연구, 분석하는 학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종교가 정치·사회·문화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근대화 이후 도리어 종교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나라에서는 필수적인 학문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대표적인 그리스도교 문화권인 서유럽에서는 근대화 이후 종교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도리어 그리스도교가 급성장했으며, 현재도 의료, 교육, 사회복지, 언론 등 각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종교사회학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잘 소통하지 못하는 종교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강 교수는 그래도 “한국 천주교회는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 등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70년대 이후부터 최근 4대강 사업이나 세월호 참사 대응에 이르기까지 한국 종교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모범적인 정치-사회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폭넓은 신뢰와 존경을 획득했다”고 진단한다.
특히 강 교수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국 천주교회는 쇄신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와 종교를 올바로 이끌어나갈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천주교회마저 갈수록 비판받고 있는 불교와 개신교, 보수와 진보, 친 종교와 반종교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 한국은 그야말로 비종교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쇄신된 교회야말로 한국 사회의 큰 희망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강인철 교수는
강인철 교수는 서울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 1997년부터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종교사회학회 연구이사와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장,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협력전문위원·복음화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종교권력과 한국 천주교회」,「한국 천주교회의 쇄신을 위한 사회학적 성찰」,「종교정치의 새로운 쟁점들」 등 다수가 있다.
■ 수상작 「민주화와 종교 - 상충하는 경향들」은
불교·개신교·천주교 성역정치 해부
시민사회와 종교권력 충돌 등 다뤄

총 4부로 구성된 「민주화와 종교」에서는 민주화 이후 종교-정치-국가 관계에서 상충하는 경향들을 다뤘다.
이어 종교정치적 성역과 성역정치를 해부하고, 불교·개신교·천주교 3대 종교를 대상으로 종교지형의 정치적 재편을 분석, 제시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종교-정치-국가 관계의 미래상을 가늠해볼 수도 있는 새로운 양상들을 시민사회와 종교권력의 충돌,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급격히 재활성화된 종교정치 양상을 중심으로 짚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