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로, 수도자로 사는 시간 속에도 수많은 웃음과 눈물이 함께 있다. 뜻하지 않게 흔들리고 때론 넘어지면서, 큰 은총을 체험하고 하느님을 향해 오롯이 나아가고자 했던 첫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다진다. 갖가지 체험을 딛고 선 사제·수도자들은 이구동성 고백한다.
“떠올려 보면 웃음이 나고 훈훈해지는 이름, 기쁨이 되는 그 이름이 되고 싶습니다.”
「오마이 파더 오마이 시스터」는 손희송 신부(서울대교구)를 비롯한 33명 사제와 수도자들의 희로애락, 좌충우돌 추억들을 엮은 책이다.
매일 저녁 마당을 오가며 엄숙하게 묵주기도를 했을 뿐인데 여자 문제로 고민하는 것으로 오해 받았던 시간, 불자 오빠를 ‘도반’으로 둔 ‘수녀 동생’의 이야기, 구걸하는 할머니의 깡통에 가진 동전 전부를 넣지 못하고 거스름돈을 집어들었던 경험, 에델바이스 꽃 한 송이를 찾기 위해 알프스에 올랐던 일, 만 원짜리 (범칙금)딱지 한 장에 측은지심을 절감했던 체험, 오지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었던 기억, ‘수녀님과 결혼하고 싶다’는 고백을 받았던 일화, 자살 직전 마지막 희망을 찾기 위해 전화를 건 줄도 모르고 한밤중에 전화해서 장난을 친다며 욕하고 끊어버린 가슴 서늘했던 경험….
34명의 사제·수도자들은 가슴 한 켠에 새겨둔 다채로운 체험들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특히 그 일상들 안에서 건져 올린 묵상과 성찰은 우리 또한 어떤 마음으로 하느님께 다가가려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때론 재미를, 때론 감동을 가져다준 이야기들을 통해 사제·수도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곤혹스러움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매순간 치열하게 하느님을 찾고 하느님 보시기에 맞갖은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우리네 삶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공감대도 생겨난다.
마지막 장은 소설가 한수산씨가 쓴 ‘수녀님의 유머’로 꾸몄다. 「내 친구 쫄리 신부님」 등의 책과 각종 매체의 카툰 작가로 잘 알려진 신명환씨가 그린 삽화들이 곳곳에 자리 잡아, 사제·수도자들의 체험담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