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 세상을 믿지 못하겠어요
저는 군대에 간 아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40대 후반의 여성입니다. 저는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과 ‘군 가혹행위’ 같은 사건들을 보면서 불안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이로 인해 가끔씩은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아 수면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남편은 아들과 딸에게 자주 전화하는 저에게 “너무 지나치다”고 하는데, 오히려 남의 일처럼 말하는 그런 남편이 야속하게 느껴져 종종 다투게 됩니다. 기도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하다가도 세상일을 하다 보면 다시 마음이 불안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해보세요 : 신뢰 희망의 덕을 키우세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자매님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부모를 잘못 만난 탓에 군대 가게 해서 미안하다”, “학교 다니게 해서 미안하다”라며 사과라도 해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느끼는 불안함이 자신과 가족의 삶에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만들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곧 자매님의 불안이 수면장애나 자녀들의 생활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갈등, 부부 사이의 문제로 커져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선택적 집중’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여러 사물이나 사람, 일이 있어도 자신이 집중하는 것만 더 잘 보이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을 자매님의 경우로 확대 적용시켜보면,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서 불안함을 느끼시는 자매님께 그런 사건들과 관련된 일들이 더 잘 들리고 보이게 된다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것에 의해서 불안함이 더 커질 뿐만 아니라 여러 생활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선 자매님께 지금 집중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별히 대중매체의 보도나 주위 분들과 나누는 대화가 혹시 자매님의 시선을 점점 더 한곳으로만 향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매님뿐만 아니라 불안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물 위를 걸으시는 기적”(마태 14.22-33)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모습은 하나의 중요한 가르침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역풍을 만나 시달리고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을 향해 베드로가 자신도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걷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어쩌면 베드로는 예수님처럼 어떤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신의 영역으로 생각되던 그런 삶이 허락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베드로는 결국 물에 빠지고 맙니다. 복음서는 그 이유를 ‘거센 바람을 보자’라고 소개합니다. 결코 거센 바람 때문이 아니라 베드로가 그것을 보느라 자신에게 “오너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 시선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세상을 사는 동안 우리가 힘겨워하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많이 일어나서가 아니라 점점 신뢰를 잃어버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의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불안한 세상, 믿을 것이 없는 세상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건강한 사람은 의심과 신뢰에 있어서 적절한 균형을 지닌 사람입니다. 의심을 통해 세상의 위협에 보다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신뢰를 통해 세상의 위협 속에서도 헤쳐나가는 용기를 얻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칫 이 균형이 깨질 때 과도한 의심과 신뢰는 일상생활 안에서 각각의 부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자매님, 우리 삶 안에 풍랑은 끊이지 않습니다. 풍랑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불안 속에 함몰되지 않도록 신뢰와 희망의 덕도 함께 성장시켜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 대한 시선을 잃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로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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