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순교는 어떻게 해석될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총장 황석모 신부) 순교영성연구소가 15~16일 제2회 순교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순교’를 동양철학, 한국철학, 윤리철학, 실존철학으로 풀어냈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진행된 이번 심포지엄에는 정인재(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치완(제주대 철학과 교수), 에버하르트 쇼켄호프(프라이부르크대학교 신학부 교수), 프랑스와 부스케 몬시뇰(로마 성 루이 프랑스 신학원장) 등 국내외 석학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한국철학적 관점에서 순교를 고찰한 김치완 교수는 ‘한국철학사상의 죽음 관념 분석을 중심으로’를 부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순국은 최후의 저항수단으로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라고 전했다.
한국 고유사상, 불교, 유교에서 모두 현실을 바꾸려는 저항의 최후 수단으로서 죽음이라는 방법이 이용되고 있으며, 각각의 이념 체계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생사관이 변용됐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러한 죽음관은 한국 천주교회 도입기의 순교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지식인이건 아니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인간답게 살지 못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명분이 치명(致命)의 근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천주교회를 이만큼 성장시킨 ‘순교’의 개념도 이제는 다른 의미의 모색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철학사상에서 죽음이 삶의 연장선상에서 올바른 삶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회의 순교 개념도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통해 ‘지금 여기’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의미확대 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석학 에버하르트 쇼켄호프 교수는 윤리신학적 관점에서 순교를 해석했다. 쇼켄호프 교수는 “순교자는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영웅적인 철인이 아니라 그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이 드러나야 할 약한 인간이다”라며 “이러한 이해는 그리스도교 순교신학 안에서 이미 오래 전에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의 순교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따라 죽음이 최고의 사랑 표현이라고 여김으로써 죽음의 유일무이한 가치를 표현한다”고 전한 쇼켄호프 교수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세상의 창조주로 인정하는 첫 번째 계명에 대한 고백 ▲하느님 나라를 위한 투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일치를 현대 신학 안에서 확대된 순교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참된 순교자를 탁월하게 만드는 것은 의로운 일을 위해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사회적, 정치적 정황상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각오이다”라며 “순교 개념의 경계가 흐려지지 않도록 그리고 힘 있는 자들의 무분별한 언어사용으로 선전용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윤리적인 이유에서 무조건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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