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진보하는가, 아니면 반복될 뿐인가.”
성수대교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꼭 20년의 시차를 두고 눈앞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은 역사가 반복될 뿐이라는 쪽으로 중심추가 쏠릴 만한 우리 시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성수대교 붕괴(1994년) 전후로 일어난 지존파 살인 사건(1993~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로 우리 시대 한가운데 생겨난 ‘싱크홀’은 시간을 뛰어넘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전화했다.
크로스 오버 연출로 잘 알려진 정윤석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논픽션 다이어리’는 1990년대를 지나쳐온 한국인들에게 생명과 삶에 대한 무거운 물음을 던진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가 7월 23일 서울 종로 씨네코드 선재에서 마련한 ‘논픽션 다이어리’ 상영회는 비극적인 사건이 확대재생산된 악의 구조, 그리고 그것을 용인해 온 우리 자신들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시체를 토막내고 인육을 먹는 엽기성으로 세상을 경악케 한 지존파 사건과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상판과 함께 추락해 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라는 8·15광복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낳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단원고 학생 등 476명이 탑승한 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와 오버랩 된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혼돈과 격변의 1990년대로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다. 세월은 흘러 껍데기는 바뀌었지만 1990년대 한국은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영화는 뉴스와 관계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1990년대를 오늘로 불러낸다. 빛바랜 과거는 현재의 모습을 또렷이 담고 있어 말문을 막히게 만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그만큼 강렬하고 속이 깊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잃고 사는 어두운 면이 무엇인지 곱씹게 만든다.
정윤석 감독은 상영회에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은 대부분 선을 표방하는 공통점을 지닌다”면서 “우리 사회가 현재와 같이 근본적인 치유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지존파 살인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들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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