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복추진이 논의 되는 안중근(토마스, 1879~1910) 의사의 유묵 휘호 ‘경천’(敬天)이 서울대교구에 기증된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재판이 끝난 1910년 2월 14일 이후부터 일본인의 부탁으로 모두 64점의 휘호를 남겼다. 이중 26점이 국내에 들어와 국가 지정 문화재인 보물 제569호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서울대교구에 기증되는 ‘경천’은 안 의사가 남긴 휘호 중 유일하게 그의 가톨릭 신앙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인정된다. ‘경천’은 안 의사가 1910년 3월 빌렘 신부를 만나 고해성사를 받기 전후에 썼을 가능성이 큰 작품이다.
‘경천’은 사형수의 대부로 불리는 박삼중 스님이 일본에서 매입해 안 의사 순국일 다음날인 3월 27일 서울옥션 경매에 내놨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당시 시작가는 7억 원이었다. 결국 ‘경천’은 서울 잠원동본당(주임 염수의 신부)이 박삼중 스님으로부터 매입해 서울대교구에 기증하기로 결정하면서 104년 만에 가톨릭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조광 교수는 “가톨릭 측에서 ‘경천’을 매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부에서 더 비싼 값을 부르며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지난 13일 잠원동본당 주일미사 강론에서 “이번에 가톨릭이 매입한 ‘경천’은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면 보물 제569-27호가 되기 때문에 23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가 한국문화나 역사에 기여가 없었다는 오해의 소지를 막을 수 있다”며 “서소문 순교성지에 건설이 추진 중인 교회사박물관에 ‘경천’이 전시된다면 박물관의 격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가톨릭 관련 유물 중에는 국보나 보물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조 교수는 ‘경천’의 신앙적 가치에 대해서는 “하느님에 대한 공경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충만한 은총으로 채우고자 했던 안중근의 노력을 드러내는 글로 안중근의 정신을 오늘의 신자들이 실천하는 데에 상징적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잠원동본당이 매입한 ‘경천’은 현재 서울옥션에 보관 중이며 8월 초 박삼중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에게 기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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