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오전 내내 지고 가셨으니 이제 제가 들겠습니다.”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또 다시 먼 길을 걸어야 하는 순례자들이 서로 자신이 십자가를 지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지겠다고 말하는 십자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십자가 본연의 무게도 무게이지만 여기저기 매여 있는 노란 리본들과 그들이 담고 있는 바람이 십자가를 더욱 무겁게 느끼게 만든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0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진상규명은 요원하기만 하다. 유가족들이 십자가를 메고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해 진도 팽목항을 향해 걷고 있는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루도비코)씨와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 누나 이아름씨 뒤를 다양한 사람들이 따르고 있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함께하는 신자들,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어머니 모두 함께 걸었다. 출발한지 12일째 줄포에서 고창으로 넘어가는 길에 함께한 이는 100여 명이었다.
세월호 십자가 도보순례는 결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의 사진을 목에 걸고 걷는 아버지와 더 좋은 세상에 태어나라고 쓴 글을 목에 걸고 걷는 아버지의 무겁고도 무거운 발걸음을 보며, 참가자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걷고 또 걷는다.
유가족들은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후 대전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해 짊어지고 걸었던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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