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저는 5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본당에서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활동할 맛도 나질 않고 심지어는 신앙생활을 그만두고 싶어집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수녀님께서 본당에 오셨는데 성모회나 자모회를 당신 뜻대로 바꾸려 하십니다. 성가대와도 성가 목록이나 모임 날짜를 정하는 데서 갈등이 생겨서 몇몇 분들은 성당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수녀님과 이런 관계가 되니 참으로 안타깝고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신부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답입니다
‘순종’ ‘수용’의 덕이 필요합니다
신학생 시절 30일 피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침묵 가운데 하느님과만 마주하면서 지내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했던 순간은 피정 중간의 휴식시간에 있었던 작은 의견 충돌로 인해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기도 때문에 행복했으나 사람들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잠시지만 사막에 가서 ‘은수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거룩한(?)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거룩한 생활(?)을 빙자한 ‘도피’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는 인간관계로 인해 크고 작은 충돌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하느님만 바라보며 살겠다면서 단체 활동이나 사람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리거나 무관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떤 때에는 충돌의 원인을 타인이나 환경에서만 찾으면서 불평하고 비난하거나 이상적인 공동체를 찾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우리들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강한 신앙을 위협하는 표지들입니다.
저는 자매님께서 교회 공동체 활동 안에서 겪게 된 수녀님과의 충돌을 좀 더 자세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인내하거나 기도함으로써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수녀님과의 관계 해결 차원을 넘어서 자매님에게 심리적이고 영적인 측면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인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충돌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단순히 말과 행동들의 옳고 그름만을 따지면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문제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성격적인 측면 때문입니다. 자매님께서 묘사하신 대로라면 수녀님은 주도적이고 통솔능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질문 글에 자매님의 성격이 잘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짐작해보면 자매님도 수녀님과 비슷한 부분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통솔능력이 있고 어떤 단체를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있는 경우에 순응적이고 수용적인 사람과는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성향들끼리는 충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향을 좀 더 살피기 위해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누군가와 충돌이 있었던 경험이나 좋은 관계를 이루었던 경험들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별히 부부 관계와 자녀들과의 관계는 아주 생생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때로는 문제의 형태만 달라졌을 뿐 늘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면서도 그것의 진정한 원인을 못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격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없지만 각자의 성격에 따른 장·단점을 알아 성장시키고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솔력이 좋은 사람은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고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좋은 장점이 있는 반면 통솔 능력이 제한되거나 누군가의 통제를 받아야 할 경우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에겐 ‘덕’이 필요합니다. ‘지배 욕구’와 ‘통제 욕구’는 ‘순종’과 ‘수용’이라는 ‘덕’을 필요로 합니다. 저는 그러한 ‘덕’을 하느님께 청하면서 키워 나가는 것 역시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자매님께서 지금의 이 갈등을 통해 신앙이 한 층 더 성장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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