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로 구성된 의안집의 두 번째 부분(50~120항)은 오늘날 가정들이 맞닥뜨린 사목적 도전들을 다룬다. ‘새로운 도전들에 비추어 본 가정을 위한 사목적 프로그램들’이라는 제목으로 된 제2부는 다시 3개 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현재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고 있는 가정사목 프로그램들을 일별한다. 2장은 ‘가정사목 과제’(61~79항)에 대한 것으로 신앙과 가정생활의 위기 상황을 요약한 뒤, 3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오늘날 가정이 처한 위기들을 세세하게 살펴본다.
2장에서 의안집은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날 그리스도인 가정들의 처지를 전제하고, 가정 위기의 내외 요인들을 점검하는데, 관계와 소통의 부족, 깨어진 가정, 폭력과 학대, 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 등을 가정의 위기를 가져오는 내적 위기로 진단한다. 가정 외적으로는 노동 시간의 주기 변화, 늘어나는 이주 현상, 빈곤, 소비주의와 개인주의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별히 북아메리카와 유럽 지역에서 크게 문제가 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추행은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심각하게 실추시킴으로써 가정과 생명 문제와 관련된 교회의 가르치는 권위를 훼손하고 있음을 성찰했다.
3장 ‘어려운 사목적 상황들’은 제2부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동거, 사실혼, 이혼 후 재혼, 미혼모, 피임, 나아가 동성 결합 등 오늘날 가정과 생명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특히 이러한 문제들은 그리스도교 가정들에서 조차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위기 상황과 깊이 관련되는 문제들이며,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남으로써 온전한 공동체 생활, 성사 생활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 가정 문제와 연관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정들에 대해서, 이른바 ‘자비’의 태도를 취할 것을 간곡하고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즉 의안집은 이러한 가정들이 “온전한 교회 공동체와 함께 신앙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사목적으로 돌보고 치유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안집은 이어 “하느님의 자비는 임시적으로 개인의 죄를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화해의 삶으로 열어주어 참된 내적 쇄신을 통해서 새로운 신뢰와 건전성으로 이끌어준다”고 자비를 바탕으로 한 사목적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안집이 ‘중대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첫 번째는 ‘낙태’이다. 예비문서를 통해 응답한 각국 주교회의의 한결같은 대답은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낙태 문제는 현대 세계에서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의안집은 따라서 “오늘날 사회는 태아와 관련해서 ‘죽음의 문화’, ‘무관심의 문화’에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고 규정했다. 인공 피임을 당연시하는 ‘정신 상태’는 가정 구성원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여기에서 의안집은 교회 내부로부터 가정의 가치에 대한 ‘역-증거’(counter-witness)를 지적한다. 즉 성직자의 성추행 스캔들과 ‘사치스런 생활 방식’은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혼인 예식 없는 ‘동거’는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일반화됐다는 점도 중대한 문제임을 의안집은 지적한다. 의안집은 “동거와 사실혼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청년기를 연장하고 혼인을 감당할 수 없는 짐으로 받아들이고, 따라서 모험을 시작하기를 두려워하는 심리상태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사랑을 단지 로맨틱한 감정상태를 넘어서 “위대한 신비와 약속을 드러내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생명의 공동 계획”임을 일깨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안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는 부분은 이혼 후 재혼을 통해 교회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이다. 총 85쪽 분량의 의안집에서 무려 8쪽에 걸쳐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의안집은 ‘비정상적 상황’으로 인해 성사생활을 못함으로써 좌절하고 소외돼 있다고 우려했다.
의안집은 반면에,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정상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가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성사생활에서 배제되는 것을 ‘벌’로 여기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의안집은 교회의 기존 가르침과 입장들을 바꾸어야 할 가능성은 열어두지 않고 있으며, 다만 하느님의 자비, 관면, 관용의 가능성을 좀 더 폭넓게 열어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인 동성 결합에 대해서 의안집은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표명한다. 의안집은 모든 주교회의의 응답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혼인의 개념을 재정의하는데 분명히 반대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의안집은 ‘자비’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관건은 “연민의 정신으로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과 점진적으로 그들을 올바른 인간적 그리스도교적 성숙으로 이끄는 것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사목의 계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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