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기다림 끝에 신부님을 모실 수 있다는 기쁨을 얻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맹종죽(죽피에 흑갈색의 반점이 있고 단단하며 굵은 특징의 대나무 종)이 병풍처럼 둘러싼 하청성당에 거제도의 신자들이 환한 미소로 모여들었다. 하청공소 신자들은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고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거제도의 서북단에 위치한 마산교구 장평본당(주임 이창섭 신부) 소속 하청공소(회장 옥학석)는 지난 13일 교구장 안명옥 주교 주례로 새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1955년 연초공소에서 분리돼 마을회관을 빌려 사용하다가 초가집을 구입해 시작한 하청공소 신자들에게 60여 년 만에 사제를 맞을 수 있는 사제관과 성당의 면모를 갖추게 된 의미심장한 날이기도 했다.
안명옥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공소시절의 고달픈 삶을 마감하고 본당으로 승격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마련된 봉헌식에 신자 여러분들의 기쁜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매우 기쁘다”면서 “이 성전은 바로 여러분 믿음의 결실이며, 교구는 머지않은 장래에 사제를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혀 신자들의 간절한 소망에 화답했다.
하청공소는 지난 60년 동안 장승포, 고현, 장평 등 소속 본당이 바뀌며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오래된 신자들은 “50년 전에는 부활 성야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50리 길을 걸어 성당을 찾았었다”며 “이제는 신부님을 모실 수 있고 평일미사도 봉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평본당은 주임 이창섭 신부의 부임 이후 본격적인 성전 건립을 위해 나섰다. 교구의 지원과 신자들의 신립금, 공소 신자들이 지역의 특산물인 죽순을 직접 공소에서 가공해 판매하는 방법으로 성전건립 기금을 조성했다.
지난해 10월 신축 기공식을 마련한지 9개월여 만에 봉헌식을 갖게 된 하청성당은 인근 조선소의 일자리 창출과 외부 인구 유입, 아파트 건설 등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많아 지역사회의 복음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평본당 주임 이창섭 신부는 “이 성전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하느님의 은총 때문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은총은 많은 교우들과 도움을 주신 은인들을 통해 드러날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과 그 사랑을 기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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