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주부 김현경(가명)씨는 최근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아이들 학비로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져 남편이 혼자 벌어서는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요일까지 일을 해야 하는 김씨는 주일미사도 제대로 참례하지 못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역반장을 맡아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그는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아휴, 성당 나가야죠. 그런데 사는 게 급하니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한국교회의 ‘여성인력’이 위태롭다.
통계청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13년 맞벌이 가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년층 부부 둘 중 한 쌍은 맞벌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신자가 가장 많이 분포돼 있는 40~50대가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배우자가 있는 가구는 1178만 가구로 이 중 맞벌이 가구는 505만5000 가구로 42.9%에 달했다.
이 같은 통계는 교회 안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여성들이 생활전선에 뛰어들고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아직까지 문제로 대두될 정도는 아니지만, 사목 현장 곳곳에서 여성 신자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년 여성이 학생 대다수를 차지했던 한 교리 교육기관은 올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본당에서도 봉사하는 인원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본당 사목자는 “개인주의로 인해서 봉사를 기피하는 현상도 있지만 최근에는 여성 신자들이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소공동체 모임이나 신심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들이 일터로 나감에 따라 본당에서 활동 하는 여성 신자들의 연령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전원 신부는 “1995년 본당에서 구역반장 연령을 조사해 보니 20~30대 비율이 36%였는데, 10년 후에는 1.5%로 떨어졌다”며 “2015년에 다시 조사하면 60~70대가 40%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회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맞벌이 주부들에게 맞는 사목 프로그램을 개발, 그들이 직장생활 중에도 영성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직종의 신자들간 만남을 주선하거나 반나절 동안 피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당에 자녀의 학비로 씀씀이가 큰 중년 맞벌이 부부를 위한 ‘공부방’을 비롯 20~30대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유치원, 어린이집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원 신부는 “맞벌이 부부 특히 여성들에게 교회가 봉사하는 곳이 아니라 영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맞벌이 여성들이 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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