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교들은 오는 10월 5~19일 ‘가정사목과 복음화’(Pastoral challenges to the family in the context of evangelization)를 주제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를 개최한다. 교황청이 최근 발표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은 총회에서 논의할 모든 안건들과 논의 방향을 담고 있다. 총 4회에 걸쳐 주요 내용들을 소개한다.
1. 위기의 가정과 자비의 사목
2. 가정 복음의 전달
3. 현대 가정의 실태와 과제
4. 생명에 대한 개방성과 자녀 양육
이번 총회는 내년(2015년)에 열리는 제14차 정기총회의 전 단계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올해 열리는 총회에서는 오늘날 세계의 가정이 처한 위기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식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전례 없이 각 지역교회에 의안집 작성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 주교회의 차원에서는 물론 교구와 본당, 심지어 온라인을 통해 신자 개인들의 의견까지 취합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정사목의 위기
각 지역교회에서 취합한 답변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의안집은, 오늘날 세계 가정의 현실을 매우 심각한 지경으로 파악한다. 즉,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에게 조차 수용, 실천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은 한국교회에서도 몇 가지 조사를 통해 이미 오래 전부터 감지됐고 낙태 등 생명윤리 문제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난다.
가톨릭신문이 지난해 8월 한길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가톨릭신자들 역시 부분적인 낙태 허용 찬성이 전체 응답자의 82.9%로 나타났고, 23.1%는 낙태를 개인 선택의 문제라고 응답했다. 또,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의 2001년 조사에서는 입교 후에도 10명 중 4명꼴로 실제 낙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안집은 이처럼 교회의 가르침이 신자들에게 수용되고 실천되지 않는 실태가 심각하다는 전제 하에,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짚는다. 하나는 이러한 가르침들이 올바르고 충분하게 교육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현대 사회에 만연한 상대주의적 문화의 영향이다.
교회의 기존 가르침 확고
의안집 작성을 위한 설문조사가 실시되면서, 일부에서는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 다소는 성급한 추측이 있었다. 여기에는 피임 문제나 이혼 후 재혼한 이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의 문제가 포함된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의안집은 현재의 교회 가르침에 대한 재평가보다는 그 가르침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하고 수용, 실천하도록 할 것인가에 근본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의안집은 혼인의 불가해소성, 남성과 여성, 즉 이성간의 결합으로서의 혼인, 그리고 부부는 반드시 자녀 출산과 양육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포함한 현재의 교회 가르침들을 다시 한 번 확고하게 강조한다.
이번 제3차 임시총회 사무총장을 맡은 브루노 포르테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있어서 이번 주교시노드는 ‘명백하게 사목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황의 초점은 교도권의 가르침에 대한 재성찰이 아니라, ‘사목적 적용’으로서 가르침을 어떻게 제시하고 실행할 것인가, 어떻게 더 받아들일만 하게 제시할 것인가, 만연한 무지와 오해의 상황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할 것인가에 놓여 있다.
의안집은 이처럼 기존 가르침을 확인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이 수용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현대 사회의 상대주의적 문화에서 찾는다. 쾌락주의, 상대주의, 물질주의, 개인주의, 세속주의, 과도하고 이기적으로 자유주의적인 윤리관 등을 의안집은 지적하고 있다.
위기 가정에 ‘자비’의 사목 요청
교회의 기존 가르침에 대한 확고한 입장과 이를 효과적·실제적으로 모든 신자들이 수용하고 실천하도록 할 사목적 방안 모색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의안집은 그간의 가정사목의 정책 방향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의안집은 하느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하는 사목 방향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의안집은 아주 분명하게, 교회는 종종 논란이 되는 윤리적 가르침들, 즉 이혼과 재혼의 금지, 피임, 동거, 동성 결합 등의 문제에 봉착한 가정들을 ‘자비’의 정신으로 대하고, “화해의 여정에 있는 교회의 자녀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황은 다른 문헌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되는 문제들을 피해가지 않는다. 의안집은 수없이 많은 문제제기를 하고,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스타일대로 접근한다.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총장 로렌조 발디세리 추기경은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는데에 지치지 않습니다. 결코! 용서를 청하기에 지쳐버리는 것은 바로 우리들입니다’라고 합니다.”
주님의 ‘자비’를 이처럼 강조함에 따라서 가정과 가정사목에 관련된 모든 사목적 문제들에 대한 접근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교황은 판단한다. 인간적인 한계와 죄 안에서도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열려 있기에 지속적인 회개와 새로운 탄생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혼과 재혼, 동성애, 낙태의 경험 등 어려움에 처한 가정과 그 구성원들에 대한 ‘자비’에 바탕한 사목적 접근을 모색하려는 것이 교황의 우선적인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의안집은 이렇게 말한다. “가정에 대한 사목적 돌봄은, 법적인 관점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는 사랑으로의 초대를 일깨우고 그 고귀한 초대를 살아가도록 돕는 일입니다.” 단죄나 규제가 아니라, 사랑을 일깨우고, 때로는 깨어진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자비로이 도와주는 것에 가정 사목의 참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의안집의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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