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을 열면, 누구든 ‘교황님이 꼭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고 느낀다. 게다가 신자뿐 아니라 타종교인, 비신앙인들도 귀담아 들을만한 지혜라고 입을 모은다. 그가 ‘힘내’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따뜻하게 안아주는 아버지라는 평가에도 이견을 찾아보기 어렵다.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해 하느님 백성에게 봉사하는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일치를 다짐하는 ‘교황주일’(29일), 이 날을 보다 의미 깊게 보내기 위해서는 우선 교황이 어떤 인물인지 즉, 그가 인간과 사회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목소리는 우선 강론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교황주일을 앞두고 최근 교회 안팎에선 교황의 생각과 그가 꿈꾸는 교회와 세상의 미래를 전하는 책이 다양하게 출간됐다. 이전에 쏟아져 나온 어록집 등과는 달리, 교황직을 맡은 후 펼친 각종 강론과 훈화, 연설, 기도 메시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교황의 메시지들은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할 바를 단호하면서도 명확하게 밝혀준다. 이번 주일엔 우리의 시선과 발걸음을 ‘실존의 변두리를 향하여’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목소리에 빠져들어 보자.
■ 교황 프란치스코, 자비의 교회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 줄리아노 비지니 엮음 /김정훈 신부 옮김 / 344쪽 / 반양장 1만2000원,양장 1만4000원 / 바오로딸

현장감 넘치는 강론들은 ▲그리스도께서 가져오신 새로움 ▲풀타임 그리스도인 ▲우상 깨뜨리기 등 총 10개 주제로 나눠져 있다.
각 강론마다 ‘더 정의롭고 더 연대하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온 힘을 다해 투신하십시오’라는 교황의 메시지가 강하게 묻어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동안 교회와 세상에 제시한 비전의 핵심은 바로 ‘자비의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그리고 ‘연대’이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가난으로 우리를 부유하게 하고자 스스로 가난하게 되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 곧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강조하는 비전들이다.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의 말을 빌면, “교종의 메시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이 시대 한국이라는 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할지 끊임없이 자문하도록 우리를 재촉하고 일깨운다.” 강 주교는 이 책 추천의 말을 통해 “교종의 초대는 복음의 기쁨에 젖어 주님과 함께 우리의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곳으로 나아가라는 단순한 것”이라며 “이 책은 오늘의 한국교회에 분명한 지침이 되고, 세상 어느 곳보다 세계화에 내몰려 신음하는 우리 사회에도 방향타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줄리아노 비지니 편집장(이탈리아 에디트리체 비블리오그라피카 출판사)이 교황의 강론을 각 주제별로 나눠 엮었으며, 김정훈 신부(전주 효자4동본당 주임)가 우리말로 옮겼다.
바오로딸은 이 책을 누구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작은 판형의 반양장본과 선물용으로 더욱 유용한 양장본 두 가지 형태로 발간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
위르겐 에어바허 지음 / 신동환 옮김 / 288쪽 / 1만2000원 / 가톨릭출판사

바티칸 출입기자로 교회와 교황, 바티칸을 주제로 다양한 책을 저술해온 위르겐 에어바흐는 2013년 콘클라베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어온 여정을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의 생각과 영성을 되새김질해냈다.
총 3부로 구성한 글에서는 평발임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교황의 개인적인 면모에서부터 그의 사상적인 부분까지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각종 일화들을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묘사한 것도 특징이다. 어린 시절부터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읽는 이들이 교황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도록 이끈다.
그동안 펼쳐진 교황의 말과 행동의 의미는 ‘신자들에게 고개 숙이는 교황’, ‘매듭을 푸는 교황’, ‘사람들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 등 각 장의 제목에서도 단박에 드러난다.
특히 이 책에서는 발터 카스퍼(전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칼 레만(독일 마인츠교구장) 등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추기경들이 밝힌 ‘내가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도 만나볼 수 있다.
“프란치스코는 단순히 교황명이 아닙니다. 하나의 강령입니다”(발터 카스퍼 추기경),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즉위하면서 가톨릭교회의 중심이 이제는 유럽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쿠르트 코흐 추기경) 등 설득력 있는 평가들이다.
이에 앞서 조규만 주교는 추천사에서 “저는 독자 여러분들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교황을 만나는 기쁨에서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교황 프란치스코,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말들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 성염 옮김 / 248쪽 / 1만2000원 / 소담출판사

「교황 프란치스코,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말들」은 표지 제목 그대로 교황의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인의 본당 신부’가 되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복음서 내용을 크고 작은 일상사와 연결해 풀어주고, 상식과 삶에서 우러나온 단순한 어휘를 사용해 누구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 덕분이다. 인간적이고 눈높이에 맞춰진 교리 전달과 교회를 사랑과 봉사의 공동체라고 강조하는 교회관, 진정어린 말로 신학을 펴내는 모습 등에서 나온 결실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교황직을 시작한 2013년 3월부터 넉 달간 이어온 강론과 연설, 훈화 등에서 ‘사랑의 말들’과 ‘위로의 말들’, ‘인도의 말들’을 골라 담았다.
각 메시지를 우리말로 옮긴 성염 전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는 “교황 요한 23세도 80세가 다 되어 교황에 뽑혀 과도기 인물처럼 비쳐졌지만, 단 5년 안에 2000년 묵은 가톨릭교회의 진로를 바꿔버렸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즉위하자마자 말썽 많던 바티칸은행을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 교황청의 중앙집권을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각국 주교회의의 자율 확보를 공약했다”고 전했다.
특히 성 전 대사는 “교황의 행보들은 복음이 교회의 소유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봉사라는 것을 온전히 드러낸다”며 “돈과 전쟁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 시대에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들은 인류가 필요로 하는 현자의 음성과도 같다”며 그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