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출발합시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우리에게 거짓 안도감을 주는 조직들 안에, 우리를 가혹한 심판관으로 만드는 규칙들 안에, 그리고 우리를 안심시키는 습관들 안에 갇혀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며 움직이기를 바랍니다.”(「복음의 기쁨」 49항 중에서)
오는 8월, 한국을 찾아오시는 교황 프란치스코는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모든 신자들에게 ‘자비’를, 당신의 사랑하시는 사제들에게 ‘쇄신’을 뜨겁게 권고하십니다.
교황은 문명과 기술의 엄청난 진보 속에서 조차 사람들이 ‘두려움과 절망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합니다, ‘살아있다는 기쁨이 자주 퇴색되고,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이 갈수록 결여되며, 폭력이 증가하고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는’ 세상, ‘배척의 경제’와 ‘새로운 돈의 우상’, ‘지배하는 금융제도’와 ‘폭력을 낳는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신앙과 교회가 빛이 되지 못하고 있음을 개탄합니다.
그리하여 ‘쇄신’을 촉구합니다.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교회 쇄신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선언하십니다.
교황 바오로 6세의 말씀을 빌어 “쇄신이 개인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하시면서, ‘교회 본연의 소명에 대한 충실성’을 위한 교회의 ’구조 개혁‘을 권고하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출발합시다. 가서, 모든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전합시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쇄신에 관해서 물었습니다. 총 734명에게 “교회에 쇄신이 얼마나 필요한가?”와 “가장 긴급하게 쇄신이 필요한 영역은 무엇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응답자들은 교회가 변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교회 쇄신의 필요성에 대해서 98%가 동의했습니다. ‘동의 안한다’는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교황이 교회에 실제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데 대부분(94%) 공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효과’를 체감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교회의 쇄신으로 바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불과 28%만이 교황 방한이 한국교회 쇄신으로 이어질 것을 확신했고, 약간, 혹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는 분들도 7%나 있었습니다.
한국교회 쇄신의 제1순위는 사제들이었습니다. 절반 가량이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는 반드시 개혁되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3분의 1은 ‘교회 안의 세속주의’를 지적했고, ‘사목이 아니라 관리가 강조되는 교회 운영’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평신도들의 미성숙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앙’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세상과 교회를 별개의 것으로 이해하는 그릇된 ’성속 이원론‘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됐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한 무관심‘이나 ’성과 속을 분리하는 신앙과 삶의 유리‘ 문제 역시 유의해야 할 쇄신 과제로 나타났습니다.
쇄신과 개혁을 간절하게 열망하고 스스로 실천하시는, 그런 교황을 맞이하는 한국교회는 그분의 방식으로 그분을 맞아야 합니다. 뜨거운 환호와 환대는 예의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그분의 뜻, ‘교회 본연의 소명’을 식별하고 ‘거짓 안도감’, ‘가혹한 규칙들’, 혹은 안이한 ‘습관들’을 개혁하려는 강력한 의지와 일관된 실천이 필요합니다.
사실 교황은 “우리는 늘 이렇게 해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라고 요구합니다. 또한 “목표만 제시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들을 함께 찾지 않는다면 순전히 환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움직일 것을 강력하게 권고합니다. (「복음의 기쁨」 33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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