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 설립자이자 교회사 연구의 상징적 존재인 고 최석우 몬시뇰(1922~2009)에 대해 ‘국산벽돌로 교회사를 건축한 사학자’라는 학문적 평가가 처음 이뤄졌다. 5월 22일 서울 명동성당 문화관 꼬스트홀 2층에서 열린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김성태 신부, 이하 연구소) 주최 ‘한국천주교사 연구의 성찰과 전망’은 한국천주교회사 연구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4명의 연구자인 샤를르 달레 신부(1829~1878)와 레옹 피숑 신부(1893~1945, 한국명 송세흥), 유홍렬(라우렌시오, 1911~1995) 박사와 최석우 몬시뇰의 연구 성과와 업적을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심포지엄은 이들 4명의 학자에 대한 평가를 발판으로 연구소의 향후 과제와 발전방향을 진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축사에서 “오늘 심포지엄은 연구소가 50년간 쌓아온 연구성과를 정리하는 첫 걸음”이라고 말한 것이나 한국교회사연구소와 동의어로 여겨지는 최석우 몬시뇰에 대한 학술적 평가가 이번 심포지엄에서 처음 시도된 것도 같은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연구소 재단법인 이사장 조규만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향후 연구소의 과제 중 하나로 장면(요한) 전 국무총리, ‘사도법관’ 김홍섭(바오로) 판사, ‘한국의 슈바이처’ 선우경식(요셉) 전 요셉의원 원장 등 우리시대 신앙인의 시복시성 추진을 꼽았다.
조광 교수(연구소 고문)는 기조강연 ‘한국사와 한국교회사 그리고 그 연구의 방향타’에서 “연구소는 지난 50년간 근대화와 유신시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등 격변기와 교회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교회사에서는 물론 한국사를 위해서도 중요한 연구업적을 축적했다”며 “50년의 세월은 노쇠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반면 ‘노성’(老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듯 연구소가 노쇠하지 않고 노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첫 발표 ‘샤를르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맡은 김수태 교수(충남대)는 한국교회사의 첫 통사이자 교회사 연구에 절대적 권위를 지니는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1874년, 파리)가 달레 신부의 단독 저술인지를 규명했다. 최 몬시뇰은 생전에 「한국천주교회사」에 대해 달레 신부의 역할을 성 다블뤼 주교의 원고를 재검토하고 정리, 보충한 것으로 평가하며 다블뤼 주교를 공동저자 내지는 제2의 저자로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조광 교수 등도 최 몬시뇰의 견해를 지지한 바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달레 신부는 「한국천주교회사」의 저술에서 단순히 다블뤼 주교의 자료를 새로이 보충, 편집하는 데 머물렀던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며 “다블뤼 주교의 「조선사 서설 비망기」와 비교해 보면 체계가 없는 비망기를 항목별로 분류하고 종합해 일목요연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한 이가 바로 달레 신부”라고 밝혔다.
김정숙 교수(영남대)는 ‘피숑의 조선천주교회사 연구’에서 피숑 신부를 “한국교회사 연구에 지대한 기여를 했음에도 ‘역사 속에 묻힌 사람’”이라며 피숑 신부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을 분석했다.
김정숙 교수는 “피숑 신부가 일제시대 「가톨릭청년」을 중심으로 기고한 교회사 관련 글은 원고지 1800매 분량에 달하고 그 범위 또한 임진왜란부터 병인박해 이전의 박해를 포괄한다”고 전했다. 특히 피숑 신부는 성 김대건 신부 연구에 집중해 1938년 김대건 신부에 관한 글과 김대건 신부의 편지를 묶어 「조선성교사료」(Pro Corea-Documenta)를 편찬해 ‘김대건을 한국인에게 다시 태어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광용 교수(가톨릭대)는 ‘유홍렬의 한국천주교회사 연구과 그 특성’ 발표에서 “유홍렬 박사는 1948년부터 집필에 착수해 1962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통사인 「한국천주교회사」를 펴냄으로써 오늘날 한국교회사 연구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라며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와 달리 인물이 아닌 사건을 주체로 삼았고 교회 측 자료에 관변 측 자료인 「일성록」, 「승정원일기」 등의 내용을 대폭 보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발표 ‘최석우 교회사학의 사학사적 의의’를 맡은 원재연 박사(덕성여대)는 최석우 교회사학의 의의를 ‘국산벽돌로 교회사 건축’이라고 결론졌다. 원재연 박사는 “최 몬시뇰은 교회사 연구의 이상적인 형태로 교회사가 신학과 역사학의 두 영역에서 공존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추구했다”며 최 몬시뇰이 교회사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교회라는 용어에 대한 신학적 개념을 정립해 평신도의 능동적 참여가 보장되는 교회의 중요성 인식 ▲다블뤼 주교의 「조선순교자 역사 비망기」 등 발견과 정약용의 「조선복음전래사」에 대한 끊임없는 발굴 노력 등 실증주의 역사학 중시 ▲단순한 선교사와 그리스도교사의 범위를 넘는 전체사로서의 교회사 조망과 추구로 요약했다.
최석우 몬시뇰을 15년간 보필했던 차기진 박사(양업교회사연구소)는 심포지엄 토론에서 “최 몬시뇰은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비판정신으로 교회사를 연구했고 늘 ‘교도권에 흔들리는 교회사 연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며 “최 몬시뇰의 이러한 정신은 후학들에게 그대로 계승돼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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