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던 지난 16일 부산 북구의 한 본당. 신자들이 나무와 꽃으로 둘러싸인 성당 마당에서 날씨보다 뜨거운 요리 대결을 펼쳤다.
부산교구 금곡본당(주임 서정웅 신부)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시편대학(노인대학)이 주최하는 요리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요리 경연대회는 노인들을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주임 서정웅 신부의 기획에서 시작됐다. 결과는 대 성공. 본당의 노인 세대와 장년층, 청년층을 아우르는 소통의 문화로 ‘음식’만 한 것이 없었고 신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올해 3회를 맞은 금곡본당 요리 경연대회는 2012년 ‘자유’, 2013년 ‘전’에 이어 올해는 ‘찜’을 주제로 마련됐다. 3년째를 맞다 보니 요리 경연대회가 전통으로 이어지면서 공동체의 단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빼어난 요리 솜씨 덕분에 본당 자매들의 관심은 뜨겁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경연장 여기저기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올해는 은총, 행복, 사랑, 기쁨 4팀이 참가했다. 5~7명으로 구성된 각 팀은 재료 준비에서 손질, 조리까지 일사분란하게 음식을 장만했다. 은총팀은 매콤달콤하면서도 잡내를 싹 잡아낸 안동찜닭, 행복팀은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해 옛날 할머니들의 손맛을 재현한 머위찜, 사랑팀은 좋은 재료와 정성이 듬뿍 담긴 아귀찜, 기쁨팀은 해산물과 들깨를 넣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영양가 만점인 들깨 버섯찜을 각각 준비했다.
심판원은 본당 수녀 2명과 평협회장, 외부 전문가 등 8명으로 구성됐다. 심판원 마다 5개의 스티커를 갖고 최고의 음식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이다. 올해는 기쁨팀의 들깨 버섯찜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시편대학의 참가자들은 이날 하루만큼은 성당에서 주인이 되어 공동체를 대접하는 시간이 됐다. 경연 후 넉넉하게 만들어진 음식들로 모든 신자들이 함께하는 식사시간이 마련됐다.
서정웅 신부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면서 “어르신들의 음식솜씨를 통해 잃어버린 손맛도 느끼고, 손수 마련한 음식을 모든 신자들이 ‘나눠 먹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잔치가 일이 되기보다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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