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이 한국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단순하고 친숙한 언어로 쓰였을 뿐만 아니라, 교회 쇄신에 대한 강력한 요구와 오늘날 자본주의적 세계에 대한 예언자적 성찰 등 파격적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이러한 견해는 대전가톨릭대학교(총장 곽승룡 신부)가 10일 학교 내 진리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복음의 기쁨’ 학술 세미나를 통해 발표됐다.
세미나에는 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총대리 김종수 주교,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각 본당 신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해 첫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대를 드러냈다.
곽승룡 총장 신부는 개회사에서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던 가톨릭교회는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적 행보에서 세상을 기쁘게 걸어갈 수 있는 희망을 보았다”며 “그 희망은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격려사를 맡은 유흥식 주교는 “오늘 이 세미나는 8월 교황님의 대전교구 방문을 준비하는 일환이기 때문에 신자들에게도 ‘복음의 기쁨’의 내용을 전달하는 좋은 기회로서 세니마에 참석하신 분들은 ‘좋은 몫’을 택한 것”이라고 이번 세미나의 의의를 설명했다.
세미나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모두 6개 주제의 발제문 발표와 종합 토론으로 진행됐다. 발제자로는 김유정 신부(대전가대 교수), 안소근 수녀(대전가대 교수, 성 도미니코 선교 수도회), 한정현 신부(대전가대 교수), 박상병 신부(대전가대 교수), 엥흐 바타르 신학생(대전가대, 몽골 울란바타르 지목구), 오중석 부제(대전가대)가 나섰다.
첫 발제에서 김유정 신부는 먼저 교황 권고 번역본 「복음의 기쁨」이 한국에서만 3만5000부가 판매됐고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점은 이전 교황 문헌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김 신부는 특히 「복음의 기쁨」의 판매량을 볼 때, 사제만이 아니라 평신도들에게까지 널리 읽히고 있으며, 이는 교황 권고에 담긴 내용이 한국교회 전반에 폭넓은 파급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의 특징을 ▲단순하고 친숙하며 직접적인 언어 사용 ▲교회 쇄신에 대한 강력한 요구 ▲오늘날 세계에 대한 예언자적 성찰 ▲‘기쁨’에 대한 강조를 꼽았다. 특히 김 신부는 “교황 권고에 담긴 내용은 대단히 파격적으로 교황께서는 본당, 개별 교회, 교구는 물론 교황직까지도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후 공식적인 104회의 연설에서 전임 교황보다 상대적으로 가장 더 많이 사용한 단어는 ‘가난’(Poverty)이라는 통계를 제시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복음선포가 ‘복음의 기쁨’의 핵심 구조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안소근 수녀는 ‘공동 노력의 위기 속에서’라는 제목의 제2발제에서 “교황님은 우상이 되는 돈과 비인간적인 경제 독재, 봉사하지 않고 지배하는 금융제도, 폭력을 낳는 불평등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고 소개하며 낙태와 응급피임약 논란 등 교회가 부딪히는 문화적 도전에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수녀는 ‘복음의 기쁨’에서 지적되는 통계수치에 매달리는 교회의 모습과 관련, 한국교회의 교구(본당) 설정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성전 건립, 신자비율 00%달성 운동 등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정현 신부는 제3발제 ‘복음선포’에서 “복음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예수님은 주님’이라는 인식과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선포”라며 “교황님이 강조하듯 ‘선교’와 ‘제자’는 능동적인 복음화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표현으로서 둘은 분리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밝혔다.
한 신부는 아시아 교회가 놓인 종교적, 문화적, 경제적 현실 안에서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은 그리스도교 문화가 뿌리내린 유럽과 남미에서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신부는 제4발제 ‘복음화의 사회적 차원’을 맡아 ‘복음의 기쁨’에서 빈곤의 구조적 원인 제거, 가난한 이들의 인권 존중, 사유 재산에 앞서는 재산의 사회적 기능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 등의 정신을 도출해 내면서 “교황께서는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한 선택, 사회가 저버린 이들을 위한 선택을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복음의 표지’”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몽골 교회 최초의 신학생으로 관심을 모은 엥흐 바타르 신학생은 제5발제 ‘성령으로 충만한 복음 선포자’에서 “확신과 열정과 신념과 사랑이 없는 사람은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한다”는 교황의 말을 인용해 “선교는 무거운 부담을 주는 의무가 아니라 우리에게 기쁨을 안겨주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인격적 결정으로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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