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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42)
“나의 하느님께서 힘이 되어 주시면 못 넘을 담이 없사옵니다.”(시편 18,29)
사제로서 쌓아올린 첫 마음,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내어놓는 맑은 마음색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매순간 그 색이 바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사제들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다. 개개인의 사제들이 수품을 앞두고 봉헌한 성구를 통해서다.
가톨릭출판사(사장 홍성학 신부)는 성소주일을 앞두고, 한국교회 사제들이 수품 당시 마음에 새긴 성구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책 「사제의 첫 마음」을 펴냈다.
「사제의 첫 마음」은 김창환(부산 사직대건본당 전 사목회장)씨가 모은 사제들의 글과 가톨릭신문이 2007~2009년 연재한 ‘나의 사목 모토’, 평화신문이 최근 연재 중인 ‘수품 성구와 나’ 등을 한데 엮어 선보인 책이다.
이 한 권에서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무려 406명의 사제들이 하느님께 바친 고백들과 마주할 수 있다.
가톨릭 사제들은 서품 전, 각자 사제생활의 좌우명으로 삼을 성구를 선택한다. 그 구절을 잊지 않기 위해 상본에 새기고 매순간 되뇌인다.
「사제의 첫 마음」 각 장도 그들이 사제품을 받기 위해 엎드리기 전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각 사제들마다 왜 이 성구를 택했고 당시 마음은 어떠했으며, 어떤 결심을 했는지 써내려간 글을 읽다보면, 그 안에 담긴 첫 마음이 어느새 읽는 이들의 마음으로 옮겨가 빛을 낸다.
“사제품을 받기 위해 땅에 엎드려 기도하는 동안 6·25 전쟁 때 죽을 고비를 넘기던 일들이 마치 영화 장면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 많은 죽을 고비에서 제가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제가 되라는 하느님 뜻이었습니다….”(정진석 추기경)
“죽으러 갑시다. 멋진 제의를 입고 팔을 벌려 기도하는 모습이 아니라, 벌거벗고 채찍에 찢겨 피 흘리며 십자가에 팔 벌려 못 박힌 모습! 이것이 제 삶의 목표임을….”(김귀웅 신부)
“당신의 향기이고 싶습니다. 당신께 봉헌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 제 자신을 봉헌합니다….”(고원일 신부)
소속도, 나이도, 수품일도, 사목 활동 분야도 제각기 다르지만, 그 첫 마음들은 한결같이 진한 감동과 삶의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이다. 성구 모음집으로서 뿐 아니라 기도가 필요할 때 묵상용으로도 유용하다. 특히 사제의 길을 꿈꾸는 성소자들과 예비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신앙의 길잡이로 권할 만한 책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사제의 첫 마음」 추천의 글을 통해 “말과 행동의 지침으로 자신의 서품 성구를 떠올린다면, 사제는 참으로 ‘천국의 문을 여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며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처음의 마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끝맺으시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