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 전 4권 / 박태원 신부 옮김 / 각 권 1만2000원 / 분도출판사
사순시기, 인간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특별히 더 깊이 묵상하는 때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고난’을 떠올릴 때 예수가 ‘당한’ 고통만 되짚어보는 경우가 많다. 예수의 ‘고난’이 그의 단호한 ‘투신’과 ‘열정’으로 인해, 정치·사회적 갈등을 빚으면서 겪은 결과임을 간과한다는 말이다.
예수의 죽음은 그의 삶에 따른 결과다. 복음서 표현에 따르면 ‘십자가를 진’ 것이다.
어떻게 예수 죽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그 목적은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예수의 죽음으로 이끌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예수의 고난 안에서 개개인이 직면한 고난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 네 복음서도 예수의 죽음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복음사가들의 관심이 단순히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십자가의 의미를 찾는데 집중된 덕분이다.
특히 네 복음사가는 수난사화에 관해 서로 비슷하게 말하면서도, 각기 다른 신학적 관점을 드러내 비평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시니어 신부(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미국 시카고 가톨릭연합신학대학교 신약성서학 교수)는 저서 「복음서가 전하는 예수의 고난」을 통해 복음사가들이 밝힌 예수 고난의 양면, 즉 수동적이면서 동시에 능동적인 죽음에 관해 해설하고 있다.
시니어 신부는 특히 “예수의 수난사화는 인간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이지만, 동시에 하느님의 현존을 명확히 드러내는 순간”임을 강조한다.
시니어 신부는 “마르코 복음사가는 자신이 살던 시대와 그가 몸 담았던 공동체를 위해 수난사화를 다시 이야기하고 재해석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한다. 예수의 수난이 과거의 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각자가 진 십자가에서 그 의미와 목적을 찾아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시니어 신부는 마태오가 복음서를 쓴 기본 목적도 그리스도인들의 고통과 희망을 다루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루카가 쓴 수난사화는 마르코의 기록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예수의 죽음이 신학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 예수의 수난은 오랫동안 신학적으로는 큰 비중을 인정받지 못했다. 예수의 죽음은 더 중요한 구원사건인 부활과 승천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해석 때문이었다. 반면 루카는 예수의 죽음은 다른 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 그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순서로는 마지막인 요한 복음서는 죽음을 넘어선 예수의 승리를 가장 뚜렷하게 그리고 있다. 앞선 세 복음서의 반복이 아니라, 예수의 고통과 죽음을 통해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정확하게 선포된다는 것을 밝힌 복음서다. 시니어 신부는 “고난은 요한 복음의 절정”이라며 “그 이야기는 죽음을 극복한 사랑의 승리에 대한 대담한 선포”라고 역설한다.
예수 그리스도 고난 수도회 신동호 한국관구장은 이 시리즈의 추천사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고난을 통해, 인간이 겪는 고통의 참의미를 선명하게 드러내주셨다”며 “고통 속에는 우리를 영적 존재로 고양시켜 주는 창조적이고 구원적인 특성이 숨어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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