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공소의 첫 인상은 으스스함이었어요. 두 번이나 우연히 그 앞을 지나치면서, 저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게 됐습니다. 공소 사진 촬영의 시작이었지요.”
이후 공소에 대한 자료는 무엇이든 익혔다. 기대한 만큼 기록들이 있진 않아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김씨는 “힘 있는 지도층이 지원을 해서 지은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평신도들이 알음알음 정성을 모아 지은 기도집이라는데 완전히 매료됐다”고 회고한다. 청주교구의 한 공소회장이 ‘공소는 민초여, 민초가 잘 돼야 나라도 교회도 잘 되지’라고 한 말도 김씨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2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500여 개 이상의 공소를 촬영했다. 김씨는 본업을 따로 둔 아마추어 사진가다. 하지만 사진 작품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공소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뜻이 누구보다 컸다. 주말이면 공소를 찾아다녔다. 공소들이 밀집한 안동교구는 그야말로 발바닥이 닳도록 오갔다. 그러다 한 공소에서는 참 인상 깊은 십자가도 만났다. 한참 후 그 공소를 다시 찾았을 때, 십자가는 비바람에 휩쓸려 땅바닥에 거꾸로 박혀 있었다. 나날이 허물어져가는 모습에 김씨는 공소 촬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찍은 수백 점의 공소 사진 중 일부를 골라 최근 사진집 「공소」를 엮었다. 가능한 초창기 모습을 간직한 공소 모습들을 선별했다. 멋지게 기와를 올려 지금도 윤이 나게 사용 중인 공소도, 슬레이트 지붕에 허름한 모습이지만 신자들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 모두가 아끼는 공소도, 쓰레기더미 사이로 얼굴만 삐죽이 내밀고 있는 공소도 있다.

김씨는 “공소 건물은 건축학적 가치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소박하고 서민적인, 때론 초라한 그 모습에 깃든 이야기와 정성의 가치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집을 펴낸 것도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가며 직접 공소를 지었던 선배 신앙인들의 마음을 나누고 싶은 마음의 한 갈래였다.
“최근 다시 찾은 한 공소에서 신자들이 한동안 그만 두었던 공소예절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밝고 평안해 보였습니다. 앞으로는 공소 건물만이 아니라 그 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계획입니다.”
김씨는 홈페이지(www.hanearlkim.com)와 블로그(blog.naver.com/holeinone88)에 작품을 올려, 누구나 공소의 가치를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공소」 사진집은 ‘인터넷 가톨릭서점’을 비롯한 교회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