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아뿔싸! 마리아가 사는 집을 표시해 둔 지도를 하늘나라에 두고 왔다. ‘마리아’라는 이름만 간신히 기억해 낸 꼬마천사. 나자렛마을에 사는 열 명의 마리아를 차례로 만나기 시작한다.
마음이 고약한 이, 남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이, 허영심이 많거나 게으른 이, 믿음이 없거나 겁이 많은 이…. 꼬마천사가 만난 마리아들은 이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동화 속 꼬마천사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지금 어떤 마리아를 닮은 사람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마리아를 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듯하다.

▲ 「열 명의 마리아와 꼬마천사」 삽화. 꼬마천사 가브리엘이 나자렛마을에 사는 열 명의 마리아를 만나며 ‘하느님 아드님의 어머니가 될’ 마리아를 찾는 이야기를 삽화와 함께 전하고 있다.
처녀가 아기를 가지면 돌에 맞아 죽던 시대에, 용감하게 ‘예’라고 대답한 마리아는 대체 어떤 여인이었을까? 저자는 이러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멋진 상상력을 발휘했다.
소설가 공지영(마리아)씨는 「열 명의 마리아와 꼬마천사」 추천사에서 “‘주님의 종이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대답이 그냥 입에서 줄줄 나올 수 있는 쉬운 이야긴 줄 알았다”며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선택이었고, 굳은 믿음이었으며, 목숨을 걸고 행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저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전한다.
“생각해보면 천사는 성모님에게 뿐만이 아니라 그 전에 모든 여성에게 매일 찾아갔었는지도 모른다”며 “성모님 외엔 ‘예’하는 사람이 없어서 예수님은 그제야 오셨는지도, 그리고 성모님마저 그때 ‘아니요’라고 하셨으면 우리는 어쩌면 영영 예수님을 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는 공지영 소설가의 말이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