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사회교리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 정의와 사랑을 분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가르침으로 중요성을 더한다.
“교회는 정의의 실천이 교회 사명의 일부라고 역설합니다. 정의가 사랑의 실천과 별개의 것이 아니며, 정의는 사랑 안에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유경촌 주교가 「21세기 신앙인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신앙인들이 각자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 지, 이 시대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밝혀주는 사회교리 해설이다.
가톨릭출판사(사장 홍성학 신부)는 신학 전문지 혹은 심포지엄 등에서만 볼 수 있던 유 주교의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하고 다듬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책으로 엮었다. 유 주교의 각 글은 사회교리에 관한 이론 혹은 사회 이슈에 관한 윤리적 해설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신앙인들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실천해야할 행동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어 비신자들에게도 권할만하다.
특히 「21세기 신앙인에게」 전체를 관통하는 대표 주제어로는 ‘성숙한 신앙인’을 꼽을 수 있다.
“신앙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 곧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위해 주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신앙의 차원에서 모든 사람을 ‘확대된 자기 자신’으로 여기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남’이라는 개념이 그리스도인의 사전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고, 여기서 나눔의 생활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이렇게 사람들에 대한 시선을 확대시키는 것은 바로 가톨릭 사회교리를 실천하는 바탕이 된다. 또한 유 주교는 “사회교리를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공동선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신앙과 인격 성숙을 이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성숙은 하느님의 지속적인 보살핌(은총)과 우리 자신의 노력(자유)이 뒤따를 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격적·신앙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밝힌 1장에 이어서 2~3장에서는 십계명이 이 시대에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들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두 번째 계명 해설에서는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지는 신학적·실천윤리적 요청을 이른바 ‘지구적’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일곱 번째 계명의 목표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밝히고 있다. 4~5장에서는 교황청 사회 문헌을 통해 살펴본 재물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과 환경문제에 대한 신앙적 응답 등을 제시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현세적인 모든 일을 무시하고 염세주의자나 비관주의자가 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현세의 생활을 하면서도 현세와 거리를 두는 것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 재산의 획득, 물건의 매매 등 인간의 활동이란 영혼 구원이라는 최고의 마지막 목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