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봉 지음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320쪽 / 1만6000원 / 리북
1970~80년대 정치적 암흑기에 농민회를 창설, 농민들 권익을 위해 헌신하며 스스로 농민이 되어 살았던 안동교구 한국인 첫 사제 고(故) 정호경 신부(1940~2012)의 이야기가 평전으로 나왔다.
이 책은 정 신부가 꼼꼼히 손 글씨로 원고지에 적어놓은 자서전적인 글과 함께 평소 그와 알고 지낸 많은 이들의 기억을 더듬어 그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크게 ▲전쟁과 가난(1940~1967년) ▲군부독재와 농민운동(1968~1979년) ▲농민사목과 생활공동체(1980~1986년) ▲민주주의로 가는 길(1987년) ▲사제가 농민이 되다(1988~1996년) ▲동양경전 다시 풀이(1997~2005년) ▲미리 쓴 유서(2006~2010년) ▲시인이 되어 죽다(2011~2012년) 등 8개 장에 걸쳐 정 신부의 삶을 소개한다. 부록에는 ‘다시 읽는 정호경 신부의 글’과 정 신부에 대한 추모의 글을 실었다.
정호경 신부는 스스로 더 낮은 곳으로, 더욱 소외받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과 ‘똑같은 삶’을 살며 생활공동체를 일구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그에 대해 “이 땅의 농민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농민들을 위해 투신하며 싸우시다가 스스로 농민이 되신 특별한 분”이라고 전한 바 있다.
정 신부는 1974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결성에 참여하고 1978년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초대 지도신부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농민들을 위한 일에 투신했다. 그 와중에 1977년과 79년 긴급조치9호 위반 혐의로 두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정 신부와 인연이 닿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소박하고 소탈한 농부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후딱후딱 ‘디지탈’ 시대에, 느릿느릿 ‘아날로그’인으로 살다가 갈 정호경 신부 드림.”
정 신부가 생전에 남긴 인사말에서도 그 모습이 진하게 묻어난다.
1994년부터는 ‘입품 그만 팔고 몸으로 살련다’ 작심하고는 봉화 비나리 마을에 손수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여생을 살았다. 정 신부는 병상에 들기 전 11개 항목의 유서를 미리 써놓았다. 여기서 모든 것을 온전히 내려놓는 ‘비움’의 삶이 드러난다. 유서의 마지막 항목은 이렇게 맺는다.
“모든 생명이 욕심을 버리고, 더불어 일하며 정을 나누고 사는 세상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경쟁의 문명은 공멸입니다. 상생의 문명만이 구원의 길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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