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제주교구장)가 지난해 5월 인권연대 ‘수요대화모임’ 100번째 장에 초청받아 강연한 내용의 일부다. 이 강연에서 강 주교는 “어떨 때 보면 세상은 요지부동이기만 한 것 같지만, 그래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모으고 힘을 합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 4·3 항쟁 등에 빗대어 국가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범죄들을 언급, ‘국가는 언제나 신성하고 숭고하기만 한 존재인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기억하라 연대하라」는 이러한 강 주교의 생각과 실천을 널리 알리고자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이 기획한 책이다. 1부에서는 지난해 수요대화모임에서 펼친 강연을, 2부에서는 ‘강우일 약전(略傳)’을, 3부에서는 구제역 사태와 한미자유무역협정, 북한 문제 등에 관해 쓴 강 주교의 글을 읽어볼 수 있다.
강 주교의 목소리에서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실천해야할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안, 복음적 가치 등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강 주교는 세상이 ‘무장 없이는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고 말할 때, ‘인간들이 의지하는 군사력이 결코 이 땅의 평화를 지켜주는 보증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하여 달라’고 기도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뿐 아니라 4대강 개발, 구제역 사태 등 사회 현안이 대두될 때면 어김없이 눈과 귀를 들고 입을 열었다. 교회의 가르침을 근거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다. 무엇보다 강 주교의 이러한 예언자적인 태도는 보다 많은 이들이 가톨릭 사회교리에 관심을 갖고 실천에 나서는데 힘이 되고 있다.
강우일 주교는 강연 말미에서 “요한 23세 교종이 회칙 ‘지상의 평화’를 낸 지 50년이 지났지만 이 회칙을 읽어보면서, 지금 우리가 처한 한반도의 상황을 보면,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평화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일하고, 평화를 외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힘을 과시하면서 상대방을 제압하려고 하는 것을 통해서는 결코 생산적인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과거의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과 글을 접하다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할 것이 무엇이며, 연대해 행동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역력히 드러난다.
강우일 주교는 지난 2012년 한 시사 주간지 조사에서 천주교계 전문가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 3위로 꼽히기도 했다. 1위와 2위는 이미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과 교종 요한 바오로 2세인 터라, 실제 교계 전문가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인물은 강우일 주교가 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강 주교를 만나고 싶어하는 까닭은 그가 실천해온 사회 참여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발언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