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래로는 신경이 마비된 채 하루 스물네시간을 누워 생활하면서도 하루의 삶에 감사하는 신자 지체장애자가 올해도 감사의 마음으로 그린 그림으로 달력을 제작했다. 黃秦씨 (38세ㆍ라파엘). 그가 제작하는 달력은 한 신체장애자가 고통을 극복하며 기도와 땀으로 마련한 한해의 반성이자 새로운 삶의 의지를 모은 결정체로, 보는 이들의 가슴에 불꽃같은 투지와 순명하는 신앙인의 고백을 고스란히 전해주고있다. 『한해동안 내게 베풀어주신 그분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아직도 건재하고 있음을 친지들에게 전하기 위해 달력을 만들고 있다』고 캘린더 제작 소감(?)을 밝히는 황씨의 얼굴에는 늘 밝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72년 병명조차 알수 없는 척추질환으로 쓰러졌던 황씨는 3개월만에 발가락 하나가 기적적으로 움직여 무서운 투지로 1년만에 다시 땅을 딛고 일어섰다.
지팡이를 짚고서도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직장생활을 해야 했던 황씨는 지닌 78년 또다시 쓰러져 지금까지 7년동안 가슴 아래로는 신경이 마비된채 하루 스물네시간을 거의 누워지내야 하는 병상생활을 하고있다.
두 다리를 쓰지 못하지만 아직도 두팔을 쓸 수 있고 눈ㆍ귀ㆍ코ㆍ입이 온전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고 반문하는 황씨는 고통이 뒤따르는 행복만이 진정한 행복임을 체험하고 있다.
『그분은 고통을 주셔도 쓰러지지 않을 만큼만 주시는 분』임을 전제한 황씨는 투병생활을 통해 자신은 하느님께 특별히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특별한 은총을 받는것 같아『오직 미안할뿐』이라고.
이 같은 황씨의 신앙은 언제 회복될지、혹은 언제 세상을 떠날지 기약없는 병고와의 싸움이지만 항상 밝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갈수 있도록 황씨를 지탱하고있다. 황진씨는 66년 홍익대 응용미술학과에 입학하면서 홍대내에 가톨릭학생회가 없어 큰 아쉬움을 느끼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계속해야 했던 어려움 속에서 67년 가톨릭학생회를 조직했던 열성적인 신자학생이었다.
초대 가톨릭학생회장으로 활동했던 황씨의 후배들은 황씨가 병으로쓰러진 지금까지도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등 유대를 계속하고 있는데 황씨는『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난 5년동안 캘린더 제작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하고 있다.
올해 19기를 신입회원으로 맞아들인 홍익대 가톨릭학생회 회원들은 스스로 대선배인 황씨를 도와 뒤치닥거리를 군말없이 하고있기 때문이다.
또한 황씨는 9명의 대자들의 극진한 효성(?)으로 더욱 웃음을 잃지 않고 있기도 하다. 8명의 대자를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서 탄생시킨 황씨는 그동안 명동성모병원에 장기입원한 환자들에게 전화를 통해 삶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등 지치지않는 나눔의 생활을 계속해왔다.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무조건 줄때 사랑은 더욱 가치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황씨는 그 동안 그 사랑의 응답이『준 것보다 더욱 컸다』면서『그들의 기대때문에 늘용기를 잃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국교 4학년때 어머니는 대학 1학년때 별세、병이 재발한 후 누님인 황영희(모니까)씨와 함께 생활하고있는 황씨는 결혼한 누님과 그 가족들의 따뜻한 이해속에 불꽃같은 투지로 삶을 수놓고 있기도 하다.
국교 3학년때 온 가족이 함께 영세입교한 황씨는 병든이들의 수호천사인「라파엘」대천사를 세례명으로 받은것이 기쁘고、또한「마돈나」등 명작을 남긴 중세기의 화가 라파엘로와 세례명이 같아 한층 자신의 이름이 뜻깊다고 설명하고있다.
한편 크록키화법으로 85년도 달력을 제작한 황씨는『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삶속에서도 자신의 생존을 확인하는 이 작업은 가능하면 계속해 나가고 싶다』면서『죽음을 맞이 하더라도 지금의 평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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