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처럼 한데 모이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초대교회 때부터 중세교회, 근·현대교회, 특히 한국교회의 여러 사건들과 뒷이야기들. 그것은 우리가 믿는 신앙과 교회의 전통이 다듬어진 과정들을 비롯해 교회가 가야할 길을 찾아갔던 과정들이었다.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눈 이들은 최창무 대주교(전 광주대교구장, 윤리신학)와 옥현진 주교(광주대교구 총대리, 교회사), 국춘심 수녀(성삼의딸들수녀회, 축성생활신학), 김혜윤 수녀(미리내성모성심수녀회, 성서신학), 노길명 교수(고려대 명예교수, 사회학),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교부학), 성염 대사(전 바티칸 주재, 라틴문학), 조광 교수(고려대 명예교수, 한국사학), 허성석 신부(성 베네딕도회, 영성신학·수도승신학)다. 이들의 ‘왁자지껄한 교회 이야기’는 광주평화방송(사장 김희항 신부)이 기획한 라디오방송을 계기로 진행됐다. 첫 방송부터 청취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지난해 10월부터 총 26회에 걸쳐 매주일 아침마다 전파를 탔다.
특히 석학들의 이야기들은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 지난 2000년 교회 역사를 곱씹는 과정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찰하도록 이끌었다. 이어 요즘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에서 교회와 개개인의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답을 제공한다.
생활성서사가 이 방송 내용을 엮어낸 「왁자지껄 교회 이야기」에서는 크게 ‘교회사적으로 본 교회’, ‘영성사적으로 본 교회’, ‘한국 천주교회사’, ‘올바른 교회의 방향성’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 대주제 아래 이어진 대담들은 이단에 관한 것, 신앙과 근대과학의 갈등, 우리의 밥인 성경, 조선에 오신 하느님 등 28편이다. 신자라면 꼭 한번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는 교회의 역사, 그 안에서 길어 올린 진솔한 이야기와 신앙적 울림들을 담은 조언들이다.
대담의 중심에 선 최창무 대주교는 “‘왁자지껄’은 좌로 갈지 우로 갈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좌충우돌’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성령의 이끄심에 열린 마음을 갖는다는 성경적 의미를 담고 있어 선택한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자세로 신앙생활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지혜와 가르침을 찾기 위한 고민, 생명력 있는 교회를 위해 무엇을 듣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가슴에 담아야할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였다.
“우리가 교회, 교회가 우리입니다. 우리가 쇄신해야 합니다. 어떻게 쇄신할 것인가? 오늘날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해서 쇄신해야 할 것입니다. 항상 역사의식을 갖는 신앙인이 되었으면 합니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