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앞이 캄캄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충격은 가늠할 수 없을 터. 두 눈의 시력을 잃은 전운배(바오로·50·수원교구 중앙본당)씨는 4년 전 즈음, 점점 시야가 흐려지면서 도로에 지나다니는 빈 택시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도가 되자 병원을 찾았고, 당뇨 합병증 진단을 받았다. 눈에 항체주사를 맞으며 치료를 이어갔지만, 의료보험으로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고가의 주사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눈 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 앞에 있는 물체만 겨우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고, 결국 지난해 구정 무렵, 완전히 실명에 이르고 말았다. 더욱이 신경 이상으로 높은 곳을 오르거나, 뛰는 것도 벅찬 상태다. 새벽에 길거리에서 쓰러져 있는 것을 본당 수녀가 발견해 구급차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가족들에게도 제 상태를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저 혼자 병원을 다녔지요. 때로는 버스 정류장부터 집까지 10분 거리를 2시간 걸려 돌아오기도 했어요.”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살아있는 몇 개의 시신경을 보존하고자 두 차례 녹내장 수술을 하는 동안, 검사 도중 심장에 이상(심장판막증)이 있다는 점까지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전씨는 치료에 들어갈 비용을 걱정하며 더 이상 검사를 받지 않고 병원 문을 나섰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얻은 집도 형제간의 문제로 압류에 걸려있는데다, 아내는 고혈압을, 작은 딸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앓고 있어 계속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씨를 돌보며 도움을 주던 어머니마저 지금은 치매로 요양병원에 머무르는 중이다. 또한 상업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큰딸은 대학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탓하며 방황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걸 지원해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오죽하겠어요. 그래도 아버지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아이들을 보면 고마울 따름이지요.”
현재 아내 혼자서 야간근무를 하는 작은 전자회사에 다니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네 식구가 생활하며 전씨와 가족들의 치료비와 약값을 대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전씨는 4년 전 세례를 받고, 신앙에 의지하며 짙은 어둠의 무게를 견대내고 있다. 본당 신부, 수도자를 비롯한 공동체 식구들이 전씨를 위해 말벗이 돼주고, 신앙생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신앙을 통해 만난 이들이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가족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변에 저희 가정의 어려움을 보살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신앙 안에서 잘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세상을 떠난 후 시신기증이나마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성금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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