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위한 나의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이 한 줄의 시구는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의 시 세계를 온전히 드러낸다. 수많은 문인들과 평론가들도 그의 작품을 설명할 때 ‘시가 흐르는 기도, 기도가 흐르는 시’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이 수녀 또한 자신의 일상에서 “시를 쓰는 일과 기도하는 일은 서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40여 년, 그렇게 신앙과 서정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온 시간이 「이해인 시전집 1, 2」에 총망라됐다.
이해인 수녀는 지난 1976년 시 「민들레의 영토」를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1000여 편의 시작을 내놓았다. 그중 기도시집과 동시집, 산문집에 묶인 시 등을 뺀 800여 편의 시가 「이해인 시전집」에 담겼다. 시집으로 헤아리면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이상 1권에 수록)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작은 위로」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이상 2권에 수록) 등 총 10권이다. 각 시전집에는 이 수녀의 어린 시절부터 입회 때의 모습, 수많은 문인들과 나눈 추억 등이 담긴 사진 30여장씩과 작품세계에 대한 평론 등을 실어, 그의 문학적 발자취를 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시란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사계절 언어로 풀어낸 상징적인 기도”라고 말하는 이 수녀는 자신이 쓴 시처럼 “한 톨의 시가 세상을 다 구원하진 못해도 사나운 눈길을 순하게 만드는 작은 기도가 될 순 있을 것”이라며 호소력 짙은 언어들을 풀어내왔다.
특히 ‘바다여 당신은’, ‘민들레의 영토’ 등을 실은 이 수녀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는 고통의 시대를 살던 이들에게 위로와 새로운 삶의 의지를 심어주면서 엄청난 수의 독자들을 모아들였다.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 시집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의 하나로 꼽힌다. 이후로도 그의 시집들은 발간 족족 베스트셀러가 됐고,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스스로도 생전에 시전집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이 수녀는 “그동안 펴낸 시집들을 한자리에 모아 엮은 걸 보니 갑자기 커다란 집 한 채를 선물 받은 느낌”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당당하게 권하기엔 늘 부끄러운 작품이긴 하지만,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나의 시들은 남아서 독자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니 매우 놀랍고, 신기하고, 설레고, 행복합니다.”
이 수녀는 자신의 일상에서 흔히 보는 꽃, 구름, 바다, 노을 혹은 단추, 신발, 항아리 속의 된장, 고추장 등에서도 시심을 이끌어내는 시인이다. 주머니 속에는 늘 메모지와 펜을 넣고 다니며, 일상의 많은 부분을 글로 남긴다. 한 구절 한 구절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고백이자, 이웃과 나누는 위로의 말마디다. 2008년부터 암투병을 지속하고 있지만, 삶에 지친 이들을 다독여주는 따뜻하고 평안한 위로를 멈추지 않는다. 시를 쓰고 독자들의 편지에 답장을 쓰는 여정은 그의 일상을 여전히 분주하게 이끈다. 일명 ‘해인글방’이라고 불리는 수녀원 문서선교실을 가득 채운 수십만 통의 편지, 그동안 독자들이 보내온 사연들을 짬짬이 정리하는 것도 큰 기쁨이다.
최근 들어서는 “‘국민 이모’라는 별칭을 가장 좋아하게 됐다”는 이 수녀는 “마더 테레사 수녀님처럼 육체적 노동은 못하더라도, 말 못할 고민들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국민 이모’로 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사랑은 빨리하며 판단은 더디 하고, 오는 말이 거칠어도 가는 말이 고울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가진다면, 새해 우리의 삶은 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