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품을 받으면서 다짐했었다. 해마다 책 한 권씩을 써내기로. 부제 시절 함께 공부하던 고(故) 박도식 신부(전 대구가톨릭대 총장)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먼저 책을 통해 쌓아온 삶의 풍요로움을 다른 이들과도 나누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한 글쓰기였다.
정진석 추기경이 서품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책을 출간해온지 올해로 52년째다. 6일 영명축일을 앞두고 선보인 새 저서의 제목은 「닫힌 마음을 활짝 여는 예수님의 대화」(256쪽/1만3000원/가톨릭출판사)이다.
「…예수님의 대화」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진리에 관해, 예수 그리스도가 직접 답변한 ‘복음말씀’을 해설한 장이다.
정 추기경은 “예수님이 비유를 통해 전하신 가르침뿐만 아니라 강연이든, 담화든, 질의응답이든 모두가 지혜 그 자체”라며 “쉽게 풀 수 없는 선과 악의 신비, 삶과 죽음의 신비, 영원한 생명의 신비, 그리고 고통의 신비 등에 관한 궁금증으로 가슴 답답해하는 여러분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소개할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신약 시대, 율법학자들이 신앙의 전통을 백성들에게 가르칠 때 즐겨 사용했던 교수법은 진리에 대해 질의응답 식으로 논하는 것이었다. 예수 그리스도 또한 하느님의 현의나 구원의 신비를 깨닫고자 찾아온 이들에게, 질문에 답변하는 식으로 자상한 설명을 제공했다.
「… 예수님과의 대화」는 예수에게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과 예수가 생전에 남긴 답변들을, 현대인들이 알기 쉽게 해설해주는 형태로 구성돼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권한에 관한 논쟁’을 살펴보면, 먼저 주제어와 관련 복음구절을 소개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에게 시비를 건 유다 지도자들이 누구인지, 즉 사제·수석사제·대사제, 율법학자, 백성의 원로 등과 역사·문화적 배경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어 ‘예수님이 힐난을 받으신 이유’를 본격적으로 설명한다. 성경 속에서 유다 지도자들이 예수에게 던진 질문, “누가 당신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소?” “당신이 메시아요?” 등에 대한 답변들이다.
예수가 생전에 펼친 대화와 관련해 정 추기경은 “실제 유다 지도자들은 백성들이 예수를 따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예수에게 망신을 주기로 작정하고, 예수님이 대답할 수 없겠다고 여길 만한 고약한 질문을 거듭했다”며 “하지만 예수의 지혜로운 반문에 유다 지도자들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도리어 흉악한 속셈을 스스로 드러내곤 했다”고 설명한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모든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하느님의 현의에 대해, 인생의 수수께끼에 대해 밝혀주는 진리이고 금언이며, 격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현의는 바로 우주 만물의 근원이며 종착지입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지난 1961년 사제품을 받은 직후부터 꾸준한 저술활동을 펼쳐, 전공인 교회법 관련 해설서 뿐 아니라 교리와 영성 서적,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로 글쓰기의 폭을 넓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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