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신부가 영적으로 분주한 일과를 보내는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에 「시간에 묻힌 한 사제의 삶 1」을 펴낸 데 이어 최근 2권을 연달아 내놓았다.
정 신부는 이 책들이 사제로서 하나의 인생 점검서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말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렇게 살았구나’하며 회고하고 긍정하는 면도 있지만, ‘좀 더 잘 살걸’하는 아쉬움과 후회도 크다”며 “하느님 곁으로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더욱 겸손하게, 흔들림 없는 신앙을 살겠다는 다짐은 책을 써내려가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시간에 묻힌 한 사제의 삶 2」(198쪽/ 1만2000원/가톨릭출판사)는 전편에서 소개한 유년시절과 신학대학 입학 전까지의 추억에 이어, 신학대학 입학과 학교생활, 1979년까지 한국에서 사목한 기억들을 담고 있다.
‘기도와 정비례하는 신앙심’, ‘불시에 스며드는 시샘’, ‘퇴교당할까 두려운 마음’, ‘주교님의 선물보따리’ 등 신학생 시절 겪은 일화들은 현재 신학생들도 공감할만한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서품 후 사목여정 중에는 고해소에서 고함을 지르는 할머니와 마귀에 시달리는 서군 이야기를 비롯해 교도소에서의 첫 미사, 신자 재교육의 성과 등의 체험들을 떠올렸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정 신부가 꾸준히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가 더욱 구체적이다.
정 신부는 1971년 대구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고 일반 본당 사목과 유학, 교포사목 등을 거쳐 1989년부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대교구 소속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세상은 하느님의 얼굴’이라는 마음으로 외국교회에서도 다양한 사목체험에 적극 나서왔다. 그러한 삶의 여정은 수많은 극적 감동을 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미국교회에서 영화로 제작하자는 권유를 받을 정도다.
정 신부는 “은퇴 후 여유롭게 지내는 삶은 자칫 잡념을 가져오거나 신앙을 잃게 할 수도 있다”며 “지난 삶을 회고하면서 늘 하느님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대교구에 머물며 쉼 없이 글을 쓰고 있는 정 신부는 내년에는 「시간에 묻힌 한 사제의 삶」 세 번째 열매를 거둘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