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4월 7일, 구상·성찬경·박희진 시인 셋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장소는 구상 시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김수근 건축가의 사무소 ‘공간’의 지하 소극장 공간사랑. 시인들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자작시 10여 편씩을 읽었다. 150여 명의 청중들이 ‘시’가 주는 감동과 아름다움을 느끼고자 함께 했다.
이후 매달 시인들은 순수 서정성의 울림을 깊이 드러내고, 실존적 의미 가치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작품은 유행의 시류에 휩쓸리지 않았고, 낭송에 있어서도 겉치레에 기울지 않았다.
작은 공간 안에서 울리는 시낭송은 우리사회 정서를 매만져주는 향기로 퍼져나갔다. 시낭송에 대한 호응도 대단해, 한때는 소극장 바깥까지 줄지어 선 이들을 위해 확성기를 설치해야 했다.
특히 ‘공간’에서 싹튼 정기적인 ‘시낭독회’는 전국 각지에서 열매를 맺었다. 시인들과 시낭송을 듣겠다는 청중, 그들이 함께 할 장소만 있다면 언제든 ‘시낭독회’가 열렸다. 하지만 수십 년 세월 안에서 시에 관심을 갖고 시를 읽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시낭송을 주관하는 시인 모임의 생멸도 잦아졌다.
그 흐름 안에서도 ‘공간시낭독회’가 마련하는 시낭송의 장은 34년의 시간 동안 한결같이 이어지고 있다. 시인들의 헌신, 대중들의 애정으로 함께 엮어온 시간이었다.
그동안 ‘공간시낭독회’에 초대돼 시를 낭송한 이들만 800여 명에 이른다. 창립회원 중 한 명인 성찬경 시인도 선종 20여 일 전 모임에 참석했을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덕분에 ‘공간시낭독회’는 현재 국내 최장수 시낭송 모임으로 꼽히며, 세계적으로도 최장수 시낭송회 기록을 갱신해왔다.
이 ‘공간시낭독회’가 7일 서울 문학의 집에서 400회 기념행사를 마련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시낭송에 이어 축사와 공연 등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었다.
’공간시낭독회’는 이날 400회 기념 사화집 「우리는 출렁인다」도 발간했다. 이번 사화집에는 고(故) 구상·성찬경 시인을 비롯해 김남조·김후란·이근배·신달자 등 초대시인 13명과 상임시인들의 작품을 실었다. 또 400회를 이어온 ‘공간시낭독회’ 연혁도 상세히 담고 있다.
“물질 위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정신은 항상 피곤해질 수밖에 없는데, 아름다운 시를 통해 정신과 정서를 밝게 이끌어 갈 원동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을 윤택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시읽기에 많은 분이 동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간시낭독회’ 이인평 회장이 전한 인사말이다. ‘공간시낭독회’가 여는 낭독회는 매월 첫 목요일 오후 6시 서울 원서동 바움아트갤러리에서 진행되며, 관심있는 이들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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