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렇게 변호사를 하고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이끄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3일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만난 타몬 히로시(田門浩·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46·사진)씨는 일본 최초의 선천적 농아 변호사로 유명하지만 그는 그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는 신앙인이었다.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56주년 초청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타몬씨는 “여러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꿈을 향해 일할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타몬씨가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그가 13세가 될 무렵이었다. 10세 때 부친을 여의고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던 그는 “변호사가 된다면 약한 이를 돕고 싶다”는 한 농아변호사의 말에 매료됐다. 그러나 변호사의 길에는 수많은 차별의 벽이 있었다. 농아라는 이유만으로 고등학교, 대학 입시를 거부당해 받아주는 곳을 찾아다녀야 했고 수화통역이 없는 대학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했다. 사법시험의 면접을 필답으로 해달라는 요청에도 여러 차례 거절당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40여 곳의 법률사무소 중 단 1곳만이 고용해줬다.
수많은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게 해준 것은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하느님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다. “벽에 부딪히는 순간 하느님의 이끄심을 느꼈다”는 그는 “내 힘만으로는 부족한 일이 많은데 나의 노력을 하느님께 맡기면 하느님께서 결과를 주신다”고 전했다.
농아변호사 타몬씨를 찾는 사람은 그의 바람대로 어려운 이들이 많다. 그는 “사람들은 장애를 가진 변호사라면 자신의 고민을 이해하고 들어주리라 생각한다”며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의 꿈을 이뤘지만 타몬씨에겐 아직도 꿈이 많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강화와 농아들이 신앙생활하기 좋은 교회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농아변호사 타몬씨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농아의 힘은 무한합니다. 농아는 말을 하고 듣지 못하는 것 이외에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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