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의 ‘출신’에 대한 물음은 그의 깊은 근원, 곧 진정한 실체에 대해 묻는 것으로, 공관복음서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진다.
성 루카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 이외에 예수의 신비가 독특한 방식으로 빛을 내는, 유년기에 관련된 소중한 전승을 보존했다. 루카는 해마다 파스카 축제 때 예수의 부모가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가곤 했다는 것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토라는 세 개의 큰 축일인 파스카, 주간절, 초막절에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성전에서 주님 앞에 나와야 한다고 규정했다. 소년들에게는 열세 살 때부터 이 의무가 적용되지만, 규정에 익숙해져야 했기에 열두 살 예수도 순례에 참가할 수 있었다.
순례에서 돌아오는 길에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예수가 다른 이들과 함께 길을 떠나지 않고 예루살렘에 남은 것이다. 마리아와 요셉은 돌아오는 여정의 첫째 날이 끝날 무렵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은 당연히 예수가 순례자들 무리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복음사가는 사흘 뒤에야 그들이 성전에서 예수를 찾아냈는데, 그는 율법교사들 가운데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묻기도 하며 있었다고 말한다.(루카 2,46 참조)
예수의 부재로 말미암은 고통과 위기감이 어머니의 말에서 느껴진다.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루카 2,48)
어머니의 물음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인상적이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나자렛 예수」 시리즈를 통해 참된 예수의 모습과 가르침을 탐구해 온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유년기’에서 마태오와 루카 복음사가가 복음서 시작 부분에서 이야기한 예수 그리스도의 유년 시절에 대해 해석하고자 했다. 제1권은 공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예수의 세례부터 거룩한 변모까지, 제2권은 예루살렘 입성부터 수난, 부활까지를 다뤘다.
베네딕토 16세는 예수의 유년기에 관한 이야기가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 ‘나자렛 예수’ 시리즈를 통해 참된 예수의 모습·가르침을 탐구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성전에서의 열두 살 예수’에 대해 “예수는 하느님 아버지 곁에 ‘계셔야’ 하므로, 부모에게 불순종하거나 무례한 자유 행위처럼 보이는 행동도 사실은 그분의 자식으로서 순명의 표현인 것”이라며 “그분은 부모를 거스르는 반항아가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로 인도하는 그 순명으로 순종하는 분으로서 성전에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로 존재함으로써 비롯되는, 근본적인 새로움과 충실함의 연관성은 바로 열두 살 예수에 대한 짧은 이야기에도 나타난다”면서 “유년기 사화는 복음서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해 줄 그분의 모습 전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 책은 제3권이라기보다 나자렛 예수의 인물과 메시지를 다룬 앞선 두 권의 책으로 들어가려면 지나야 하는 작은 현관과 같다”면서 “나는 이 책에서 과거와 현대 주석가들과 대화하면서, 마태오와 루카 복음사가가 복음서 시작 부분에서 이야기한 예수의 유년기에 대해 해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