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자처럼 즐겨라!」의 저자 제임스 마틴 신부(예수회)는 기쁨이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며 하느님의 현존은 우리를 매료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쁨, 유머, 웃음이 영성 생활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개인적인 영성 생활뿐만 아니라 종교 공동체를 위해서도 그런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명한 영성가나 성인들 사이에서 웃음과 유머가 영적 건강의 필수 요소로 작용해 온 모습들을 보여 주며 유머를 통해 신앙생활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이 ‘기쁨없이 사는 것이 영성 생활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믿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때때로 하느님을 기쁨과는 거리가 먼 재판관의 모습으로 이해하며, 종교가 지향하는 바를 무척 심각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그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종교 안에서 유쾌함에 대해 근본적인 ‘오해’가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성인들의 모습을 대리석 조각상이나 모자이크로 표현한 수많은 작품 가운데 ‘즐거운 모습’의 성인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 전형적으로 그들은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내리깐 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거나 경건하게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단순한 미학적 잘못이 아닌 신학적 잘못이라고 꼬집는다.
교회에 널리 퍼져있는 성인들의 심각한 이미지는 우리가 성인들을 이해하는 방식과 성스러움을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성인이 대체로 유머 감각이 있어 다른 이들이 가까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다고 말한다.
복자 교황 요한 23세는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로마 거리를 걷고 있을 때, 한 여자가 그의 곁을 지나가다가 친구에게 “어머나, 되게 뚱뚱하시네!”라고 소곤댄 것을 듣고 “부인, 콘클라베가 미인 선발대회가 아니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이해해 주세요”라고 했다.
예수도 효과적으로 유머를 사용했다. 재치있는 비유와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농담으로 그 시대의 종교적 권위가 지닌 오만함을 폭로하고 완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성인들은 곧잘 자신을 웃음거리로 삼아 겸손함을 유지하기도 했다.
16세기 이탈리아의 필립보 네리 성인은 자신의 방문에 ‘그리스도인의 웃음이 가득한 집’이라고 쓴 작은 팻말을 붙여 놓았다. “그리스도인의 기쁨은 선한 양심에서 흘러나오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말했던 그는 자신을 위해 열리는 축하식에 수염을 반만 깎고 감으로써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했다. 이는 경건함, 엄격함으로 대변될 수 있는 성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반드시 옳지 않음을 말해 준다.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성인들이 유머와 웃음이 가득한 생을 살았다는 사실을 접하다 보면 그들을 본받고 싶어하는 우리의 신앙도 한층 여유로워질 수 있다. 신앙생활이 어렵고 딱딱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재밌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다.
제임스 마틴 신부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사고방식이 매사를 ‘엄숙하게’ 보는 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예수가 ‘슬픔 가득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기쁨 충만한 사람’이기도 했다는 점을 잊고 있습니다. 비탄과 엄숙함, 진지함이 차지해야 할 자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유머, 웃음이 차지해야 할 자리도 있는데 말이죠. 이 책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균형있게 되돌리려는 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