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베드로광장에 모인 15만여 명의 군중에게 인사한 뒤 저녁만찬장으로 떠나면서 교황 전용 리무진 운전기사와 경호원에게 한 말이다.
교황의 겸손함을 대변해 주는 파격적인 이 한 마디는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교황이 선출 이후 보인 친근하고 소박한 모습을 통해 많은 기대감을 품는 동시에 과거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말을 남겼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교황 프란치스코 어록 303」은 교황에 선출된 후 남긴 말을 비롯해 예수회 잡지 「El Jesuita」에 기고한 글,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미사 강론 등에서 발췌한 303가지 이야기를 주제별로 정리한 책이다. ‘게으름’, ‘이메일과 휴대폰’, ‘축구’ 등의 가벼운 주제부터 ‘동성애’와 ‘자살’ 등 민감한 주제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교황의 생각과 메시지를 읽고 호흡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교황이 전 세계인들에게 보내는 303가지 메시지의 핵심은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우리는 사랑과 봉사로 모두 끌어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록들을 잠시 살펴보면 교황은 ‘자살’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교황은 “교회는 자살한 사람을 위해 장례식을 행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그 이유에 대해 “사람이 목표를 향해 계속 걷지 않고, 혹은 자기 삶의 고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교황은 “그러나 나는 그들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오로지 그 문제는 하느님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도 했다.
교황이 한반도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눈길을 끈다. 교황은 “아시아의 평화,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빈다”며 “한반도에서 불화가 극복되고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을 번역한 제병영 신부(예수회)는 “교황이 한결같은 영성으로 살아오셨고 또 살아가시는 선지자임을 우리말로 옮기며 새삼 느꼈다”면서 “교회의 지도자로서 소외받고 가난한 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시는 그분의 삶이 앞으로 가톨릭교회의 또다른 쇄신을 주도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