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지음/168쪽/1만 원/문학수첩
막달라 마리아를 알게 되고/ 그녀의 심연이 웅대하고 거인적이어서/ 기죽고 초라했으나/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를/ 내 삶과 문학의 수원지로 두게 되었다// 나의 미약한 신앙은 그나마/ 내 안의 최고 가치가 되었고/ 바라보며 몰입하는 감관의 환희와 충족감이/ 내 안의 으뜸 축복인가 싶고/ 노년에도 쇠퇴 없는 감수성이 나를/ 시 쓰는 사람의 하나로 있게 해준다(‘처음 써보는 자화상’ 중에서)
김남조(마리아 막달레나) 시인이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를 냈다. 첫 시집 「목숨」(1953) 이후 60년 만이다. 시인은 종교적 경건함과 신성 탐구를 지상의 사랑으로 연결하고 결속하는 상상력으로 각별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시인은 초기 시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가톨릭적 구원의 메시지가 하나된 순결의 언어를 통해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의 가슴을 달랬다. 그리고 그 상처가 아문 뒤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건조하고 차가운 도시문명에 의해 상처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의 시들을 써왔다.
시인의 오랜 시력을 기념하는 미학적 결실인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오랜 시간 동안 시와 함께하며 경험했을 다양한 성찰과 감정들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었다 (‘심장이 아프다’ 중에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사람마다 각자 ‘몸 안의 심장’이라는 ‘다른 더 하나의 자기’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시인은 “절대적 불가사의인 심장이 노년에 이를수록 과로하고 헐어져 아프고 다급해짐을 알게도 된 듯하다”면서 “모든 사람, 모든 동식물까지가 심장으로 숨 쉬며 살고 있는 이 범연한 현실이 새삼 장하고 아름다워 기이한 전율로 치받으니 나의 외경과 감동을 아니 고할 수 없다”고 했다.
유성호 교수(문학평론가 한양대)는 작품론에서 “가치의 균열을 치유하고 극복하려는 시적 비전이 절실한 이 시대에, 김남조 시편들은 치유와 구원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면서 신앙에 바탕을 둔 구도자의 시선을 내보인다”면서 “종교의 근원을 ‘시’ 안에서 구현하되 그것을 생경한 언어로 번안하지 않고 우리의 구체적 삶의 맥락으로 수용하고 변형함으로써 깊은 실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6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성취해온 시적 인식을 넘어 ‘미래의 시’를 지향하고 있다. 시집의 마지막 시 ‘노병’을 통해 시인은 ‘나는 여전히 현역 병사’라고 말한다.
나는 노병입니다/ 태어나면서 입대하여/ 최고령 병사 되었습니다/ 이젠 허리 굽어지고/ 머릿결 하얗게 세었으나/ 퇴역명단에 이름 나붙지 않았으니/ 여전히 현역 병사입니다// 나의 병무는 삶입니다 (‘노병’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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