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경축을 맞은 사제의 진솔하고 담담한 고백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고백의 주인공인 김양회 신부(광주대교구 해남본당 주임)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기억하고자 했던 순간들을 「부르면 희망이 되는 이름」(사진·글 김양회/147쪽/8000원/바오로딸)에 조용히 풀어놓았다.
누구나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시소를 가지고 시작한 이야기는 점차 사제로 살면서 겪었던 부끄러운 경험이나 통렬히 느꼈던 감정들에 대한 회상으로 이어진다. 마치 사진을 보며 소중한 추억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듯하다. 순간을 기록해 영원으로 남기는 사진처럼 김 신부는 자신이 잊지 말아야 할 순간들을 이 책에 영원으로 담아주고 있다.
글을 시작하며 김 신부는 사진을 찍을 때 ‘얼마나’ 보다 ‘어떻게’를 생각하면서 찍으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 언급한다. 책에서 다루는 인간적이고 소박한 순간들은 결코 저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억들을 돌이켜보며 주님과 연관짓는 순간, 마치 더 멋진 구도를 찾아 인내하고 집중한 사진작가가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듯 그 일상은 오롯이 그리스도인의 삶이 된다.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사진들은 김 신부가 직접 찍은 사진들로, 글을 읽다 만나는 순간 고요하고 부드러운 적막감과 함께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를 건네준다.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흑백의 사진들 중 자주 보이는 ‘열린 문’들은 김 신부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초대장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사진전을 열고 후원을 받아 아프리카 아이티와 모잠비크에 학교를 건립하고, 동기 신부들과 함께 생활비를 아껴 모은 돈을 모잠비크 기숙사를 건립하는데 후원하는 등 봉사를 위해 살아왔다. 그런 저자가 책 곳곳에서 ‘완벽한 것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마음 불편하고 무거웠는지’ 고백한다. 그리고 믿는다.
“굳이 꾸미고 더하고 감출 필요도 없고 잘난 체 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살면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그대를 불러주신 주님께서 모두 채워주실 것이네.”(144쪽)
이런 믿음에서 기도가 나온다.
“오늘도 바보같은 저는 제대로 바보가 되지도 못하면서 바보인 것을 누구라도 알까 보아 또 이렇게 후회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주님, 저를 가엾게 보시고 내일은 제대로 된 바보가 되게 해주십시오.”(94쪽)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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