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지인과 다툼 아닌 다툼을 하곤 성당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들었다.
대화 중에 평소 갖고 있던 고민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대뜸 “네가 기도를 안 해서 그런 고민을 지고 사는 거야, 기도를 하면 다 도와주시는데…”라고 말해 짜증이 났었다. 더군다나 ‘기도는 만병통치약’이며 ‘나는 기도를 통해 매일의 기적을 체험한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내 기도를 들어주신다’ 등의 말에는 공감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 기도하다보면 손끝과 온몸이 저릿저릿하기도 하고, 하느님께서는 늘 새로운 깨달음을 주신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요점이었다.
‘이건 뭐 신들린 것도 아니고 매순간 빌기만 하면 특정 사람들에게만 기적이 일어나는 건가?’
순간 나는 반발심이 들면서 거꾸로 ‘기도를 왜 해야 하지?’라는 의문까지 들었다.
나에게 절실한 소원을 비는 것이 기도인가? 내 잘못을 나열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기도인가? 정해진 기도문에 따라 읽고 묵상하면 기도인가? 예비신자교리반에서 기도하는 방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기도가 무엇인지는 내 마음과 머리에 명확하게 새겨지진 않은 듯했다.
물론 교리반에서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가르쳐주신 것은 기억한다.
나의 지인은 참 기도를 열심히 하시는 분이시다. 하지만 늘 걱정이 많고, 온갖 기도회마다 다 참석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 보였다. 마치 기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 못견디는 듯했다. 내 생각에는 집안일을 해야 할 시간에도 각종 기도회와 수도회 행사 등을 찾아다니느라 바쁘시다.
지인은 나에게 ‘나도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반복되면 기도를 포기하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나는 내심 ‘그럼 기도를 포기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되겠네’라고 삐딱하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지인은 곧바로 ‘그렇지만 나는 다시 기도했어. 이 기도를 멈추지 않을 힘을 주시라고…. 그러면 거짓말처럼 힘을 주신다니깐’이라고 말했다.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그냥 살지, 무슨 기적을 바라고 성당에 가느냐’였다. 내 삶에서 꼭 기적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기도의 응답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내 모습을 돌아보면 다만 늘 누군가에게 비는 것은 익숙해 있었던 것 같다. 의지할 곳이 필요했고, 하느님을 향한 신앙이 아니더라도 절대자가 있다는 것은 의심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옛날 어머니들처럼 밤새 정성을 들여 빌어야만 기도를 들어주실까? 기도를 올바로 하는 태도에 대해 매우 궁금해졌다.
예비신자교리반 봉사자는 하느님과 대화할 때에는 나에게 필요한 것만 일방적으로 청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뜻이 무엇인지 먼저 귀 기울이고 그것이 이뤄지도록 바라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지향을 두고 기도하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신앙에는 정말 지름길은 없는 듯하다.
사실 내 삶에서 기도가 습관처럼 이어지는 날이 올까 의구심이 있다. 하지만 우선은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하느님을 향해 앉아 있는 시간이 좋은 것만은 틀림없다. 또 하나, 감정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잠시 멈추고 기도를 하고 움직이니, 이전에는 내 뜻대로 확신을 갖고 행동하고서도 내심 마음 불편했던 느낌들이 훨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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