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의사로 50년을 살아온 마종기(라우렌시오) 시인. 산문집 「우리 얼마나 함께」는 그가 의사 생활에서 은퇴한 후 10년간 고국의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과 새롭게 쓴 몇 편의 글을 엮은 책이다.
시인과 의사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그의 인생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세대 의과대학에 진학한 1959년, 그는 서울 혜화동성당에서 라우렌시오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그의 세례명에는 “네 믿음이 굳건히 서기를 바란다”는 고(故) 최민순 신부의 뜻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즈음 마 시인은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당시 잡지사에서는 등단하는 모든 신인에게 ‘추천 완료 소감’이라는 글을 쓰게 했다. 그는 자신의 세례에 많은 영향을 준 최민순 신부를 떠올리며 편지형식을 글을 썼다.
힘든 의과대학생활을 잘 견뎌내고 앞으로 좋은 가톨릭 시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그 후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더 많은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다.
몇 해 전에는 ‘시단 경력 50주년’을 기념해준다며 후배 시인들이 ‘등단 50주년 기념 시 낭독회’도 열어줬다. 또 한국에서 의사면허를 받은 지도 50년이 됐다. 그리고 문득 좋은 가톨릭 시인이 되겠다던 50년 전 편지가 떠올랐다.
산문집은 총 5부로 나뉘어져 있다. 각 장 제목은 모두 시인의 시구에서 따왔다.
1부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에서는 어린 시절 소소하면서도 가슴 따뜻했던 일화를 소개한다. 2부 ‘당신이 와서야 파란 하늘이 생겼다’엔 집 앞마당의 꽃밭 가꾸기, 아무 이유도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던 날, 50년 만에 고국에서 맞은 함박눈에 대한 감격 등 시인의 크고 작은 일상이 담겼다. 이어 3부 ‘하늘을 향해 다시 날아오르는 외로운 새처럼’에선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4부 ‘극진한 사랑은 아마 사람의 추위 속에서 완성된다’에선 이야기의 외연이 더 넓어진다. 혼혈인에 대한 문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 문제, 미국의 물질 만능 세태를 꼬집는다.
마지막 5부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은 산문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장이다. 시인과 의사의 경계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깊은 고뇌와 성찰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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