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예식장이 많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잘 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 곳도 발생한다. 최근 폐업한 예식장을 리모델링해 장례식장으로 활용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인근 아파트촌의 주민들이 집단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주민자치회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불이익을 줄 것이며, 장례식장이 세워지면 발생할 부동산 가치의 하락,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을 강조하는 공고문을 부착하기에 이르렀다.
혐오시설이라고 일컫는 사회적 시설물의 자기 주거지역 침범을 우리는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 경제적 실익만을 놓고 보자면 나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그 경중을 떠나 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한편 님비(not in my backyard)가 지닌 자기중심적 태도를 벗어나지 않고는 사회적 시설물의 설치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핵심은 ‘생존권’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단순히 ‘이권’의 문제라면 합의의 과정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겠지만, 인간으로서 삶을 누릴 기본적인 권리마저 침해하는 경우에는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소수의 피해 대상자에게 다수가 희생을 강요할 수 없음 또한 명백하다.
현재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언론의 보도만을 접한 사람들은 ‘님비가 아닌가?’,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는 목적이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고압 송전선이 주민들의 터전을 동의 없이 관통하려고 했다는 사실이다. 공사강행과 육탄저지의 팽팽한 상황은 현재 정부 개입으로 소강상태를 맞았다.
전문가 협의체는 경제의 논리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주민 생존권을 존중하며 공정한 조사로 합의점을 도출하길 희망한다. 또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길 염원하는 주민들에게 평화가 찾아오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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