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하기도 어려운 동창모임을 23년간 매달 열어온 이들이 있다. 여타 동창회와 다소 차이가 있다면 그들의 모임에는 언제나 ‘신심서적’이 함께한다는 것. 경기여고 44회 졸업생들로 구성된 ‘경기여고 44회 가톨릭독서회’(회장 김을영)가 그 주인공이다.
매월 첫째 화요일 오후 12시, 어느덧 ‘할머니’가 된 회원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어김없이 서울 명동 바오로딸 서원으로 향한다.
독서회가 처음 결성된 것은 1990년 5월 1일. 3~4명의 경기여고 동창생이 모여 ‘신심서적을 좀 더 깊이 있게 읽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책이 좋아 시작한 가톨릭 신자들의 모임이지만 ‘경기여고’ 인연 안에서 개신교, 불교 동창생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고 종교를 초월한 우정을 나눠왔다. 점차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늘어난 회원 수는 현재 26명.
그간 200회가 넘는 모임을 하고 250여 권 이상의 서적을 읽고 나눴다. 회원들은 이 꾸준함의 비결을 ‘독서가 주는 즐거움’으로 꼽는다. 한 번 책에 맛들이고 나니 아무리 바빠도 이 모임만은 참석하게 된다. 게다가 반가운 친구들이 있는 독서회는 그들 표현을 빌리자면 ‘친정집’처럼 푸근하다.
회원들은 한 달에 한 권씩 신심서적을 읽는다. 3시간 남짓한 모임은 책의 내용과 메시지 등 독서 소감에 대해 서로 나누는 시간이다. 아울러 저자의 사상과 집필 배경, 영성적인 내용에 대한 토론도 진행된다. 지난 23년간 꾸준히 읽어 온 신심서적은 하나 둘 모여 회원들의 삶에 자양분이 됐다.
김을영 회장은 “독서모임을 통해 지적, 도덕적, 영적인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면서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고 나누면 더 깊이 있는 독서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은 독서모임을 통해 감명 깊게 읽은 책들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신심서적 홍보대사 역할도 수행한다.
이혜수(아녜스)씨는 가족 모두가 독서회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독서모임을 하고 온 날에는 가족들이 먼저 새롭게 선정된 도서에 대해 물어온다고 했다. 이씨는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책을 열심히 읽으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독서의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본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가톨릭독서문화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에 대해 반가움을 표했다. 아울러 몇 가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성공적인 캠페인을 위해서는 젊은 사람들의 참여와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자숙(데레사)씨는 “신심서적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책에 대해 나눌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희 독서회처럼 각 본당이나 단체에서 독서모임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자서 읽으면 금방 잊어버리기 쉽지만, 함께 나누면 마음에 더 잘 새기게 되거든요. 아무쪼록 이번 신심서적 읽기 운동을 통한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봅니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