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설계한 라 투레트 수도원과 롱샹 성당은 전 세계의 건축가와 애호가들이 순례하는 ‘건축의 성지’가 됐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건축을 가능케 한 종교와 문화에는 관심이 없다.
대만의 사진작가이자 가톨릭 신자인 니콜라스 판은 걸작의 탄생 배경에 주목했다. 그는 투레트 수도원의 초청을 받아 수개월 간 머물면서, 종교와 예술을 찾아 영혼의 여정을 떠났다. 이 책은 그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그려낸 건축 기행이자 사진 기행이다.
보통의 수도원들은 주 건물까지 가지 않아도 정원의 조각상과 성당의 첨탑만으로 성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하지만 울창한 숲 속에 은밀히 숨겨진 라 투레트 수도원의 드넓은 정원에서는 종교적인 색채를 띤 그 어떤 장식품도 찾을 수 없다. 르 코르뷔지에는 전통적인 성당 건축의 양식과는 무관한 건축물을 탄생시켰다. 오랜 전통에 익숙한 신자들이 보기에 르 코르뷔지에의 설계는 지나치게 전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저자는 라 투레트 수도원을 이해하기 위해 이미 역사 속의 전설이 된 르 코르뷔지에와 쿠튀리에 신부를 찾아 나섰다. 쿠튀리에 신부는 예술가에게 종교가 있건 없건 모두 하느님의 자손이므로 하느님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르 코르뷔지에의 걸작들이 쿠튀리에 신부의 종교적 신념과 예술적 안목에서 가능했다고 봤다. 교회의 반대를 설득하고, 무신론자인 르 코르뷔지에의 천재성을 끌어내 걸작품을 탄생시킨 이가 바로 쿠튀리에 신부라는 것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기 때문에 어느 장르의 예술보다 빛을 이해하고 활용한다. “이 책은 빛 전문가인 사진가와 건축가가 빛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는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추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저자는 르 코르뷔지에가 창조한 건축물의 빛을 사진으로 훌륭히 담아냈다. 사실 책 속에 담긴 사진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가 전하고자 하는 아름다움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